제주를 빛낸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를 빛낸 원희룡 제주도지사 가난한 제주 소년이 도지사가 되기까지 글 : 안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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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희룡 페이스북

정치인들의 이력을 보면 참 화려하다.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검사·변호사를 역임하다가 정계에 입문한다. 오늘 소개할 정치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그렇다. 전국 수석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수업에 충실하고 교과서에 충실했다"는 진부한(?) 멘트를 남긴 그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해 또다시 제주도지사로 일하고 있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언제, 어떻게 정계에 입문하게 되었을까.

전국 수석을 놓치지 않은 제주 소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964년 2월 14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태어나 중문초등학교, 중문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학창시절 내내 전국 수석 자리를 지켰는데, 고등학교 때는 전국 학력고사까지 수석을 차지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신문 인터뷰에서 법사회학자가 되겠다고 밝혔으며, 정말로 198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하면서 살겠다고 결심하고, 야학과 노동운동에 힘쓰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990년 동유럽의 몰락을 보고 사상을 전환했다. 이후 삶의 방향을 모색하던 중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고 사법시험에 응시했는데, 준비한지 2년 만에 수석으로 합격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업에 충실하고 교과서에 충실했다"고 전국 수석의 단골 멘트를 날렸다. 이어 "선생님이 같이 계시는 11시 반까지 학교에 남아 꾸준히 공부했다"고 전했다.

국가시험 중 가장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2년 만에 수석으로 붙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주변에서 공부법을 알려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그는 2008년 9월 3일 탐라영재관에서 있었던 강연 중 자신의 공부 비법을 소개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매일 생활 일지를 작성하고, 여러 번 책을 읽으면 된다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매일 아침 7시 학교 도서관에 가서 밤 11시까지 공부에 집중했으며, 자기관리를 엄격하게 하기 위해 조그마한 생활 일지 노트에 그날 공부한 시간을 체크하고 집중 정도와 감정 상태를 기록하면서 스스로를 점검해 나갔다고 한다. 또한 책을 처음 볼 때는 전반적인 용어와 내용의 윤곽을 파악하기 위해 속독하고 두 번째에는 최대한 정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으며, 정독을 할 때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이 나올 때마다 그것이 출제 가능성이 없어 보일지라도 몇 시간씩 붙잡고 개념 체계가 정확히 그려질 때까지 생각을 거듭하며 정리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두 번째 정독에서 이해가 안 된 부분은 세 번째 정독할 때 더 유의하면서 읽으며 회독수가 늘어가면서 교과서 내용 중에 정독하지 않은 곳, 즉 빈틈이 없게 했다고 한다.

2000년,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

사진: 원희룡 페이스북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검사로 재직하며 피라미드 판매 조직 소탕에 열중하다가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전향했다. 이후 1999년 '젊은 피'를 찾고 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이루겠다"고 다짐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했고, 이듬해 16대 서울 양천구 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남경필·정병국과 함께 당내 소장 개혁파의 운동을 주도하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당 지도부와 부딪치면서 정치 경력을 이어갔으며, 2004년 총선 직후 치러진 당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그는 제16회 국회부터 제18대 국회까지 서울 양천구 갑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으며, 제37대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제38대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다.

두 권의 저서 집필

사진: 교보문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00년 자신의 학창시절과 대학시절, 그리고 검사로 임용된 후 겪었던 낯선 세상과 사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우리들의 세기>를 출간했다. 이어 서울 양천구 의원으로 활동하던 2005년에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학력고사와 사법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하기까지의 이야기와 국회의원으로서 육체적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에세이 <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를 발간했다. 이후에도 <수석합격 나도 할 수 있다>, <사랑의 정치>, <블로거 원희룡>, <무엇이 미친정치를 지배하는가>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그중에서도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는 독자들로 하여금 "꿈과 희망을 주는 책"이라며 호평을 받고 있다.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논란 빚기도

사진: 원희룡 페이스북

한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적절치 못한 말과 행동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1994년 9월 15일 자정 무렵,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그의 동료는 술에 취한 상태로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모 가게 앞 도로에서 노상방뇨를 하다가 이를 나무라는 가게 주인을 폭행하고 인근 파출소에서 "우리 사법연수원생들을 우습게 보느냐"며 기물을 파손했다. 이에 성북 경찰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그의 동료를 공무집행 방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 조사했다.

또한 2018년 6월 12일에는 제주시청 앞 거리 유세에서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누가 카톡으로 저한테 그렇게 보냈다. '또라이(김정은, 트럼프 지칭)끼리 만나니까 일 저질렀지, 이것저것 쫀쫀하게 생각해가지고 어떤 역사적인 일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말이 좀 거칠어서 죄송하다. 이건 제 용어가 아니라 저한테 (카톡을) 보내준 사람이 쓴 용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역사적인 일들을 만들어나가려면 작은 계산이 아니라 통 큰 결단, 통 큰 담판을 통해 역사를 만들어가야 된다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저를 제주의 지도자로 다시 세워주신다면 김정은, 트럼프 못지않은 통 큰 정치로 여러분께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지인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고 서둘러 수습했지만, 본인의 속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면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의심되는 심각한 발언이며, 나아가 평화의 섬인 제주도를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그는 난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사진: 원희룡 페이스북

최근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는 "우리도 한국전쟁 때 유엔 난민기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며 "예멘 난민들이 죽음의 공포를 피해 보호를 요청한 만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무제한 수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난민협약에 따라 정부와 협력해 가급적 원만하게 대처하는 게 우선적인 방향이다"라며 "그러나 예멘 난민이 제주로 들어온 것은 제도적인 문제다. 국가적 차원의 문제고 그 틀에서 정리되어야 한다. 제주도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제주경찰청과 공동으로 인도주의적 지원과 함께 도민 안전을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 원희룡 페이스북

하지만 예멘 난민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언론에서 말하는 '죽음의 공포를 피해 제주도로 온 난민'과 실제로 마주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는 난민'의 괴리감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제주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4%가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민들은 테러, 범죄율 상승, 명예살인, 여성차별 등 무슬림의 극단적인 행동을 담은 뉴스들을 공유하며 난민을 향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가짜 뉴스로 판명되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요즘 뉴스에는 제주 예멘 난민 수용자 신청 문제가 매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민들과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평화의 섬 제주의 안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