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선거의 '왕' 더민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선거의 '왕' 더민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글 : 최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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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을 한 명만 꼽으라면 가장 먼저 꼽힐 인물은 누구일까. 아마도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시절, 함께 노무현 정부에서 일하던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이하 직함 생략)을 꼽아야 할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부터 홀로 정계에 입문할 때, 두 번의 대선을 치를 때, 심지어는 대통령의 자서전 격 저서인 ‘운명’의 집필까지 모든 과정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해 온 인물이 바로 양정철이다. 그는 잠시간 정치계를 떠나있다, 지난 5월 1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사에 처음으로 출근하며 다시금 정계에 복귀했다. 그는 2020년으로 예정된 다음 총선까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또 펼칠 예정이다.

기자로 활동하다 노무현 정부에 합류

1964년 7월 4일 서울에서 태어난 양정철은 서울우신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재학 시절 그는 자민투(반미자주화 반파쇼 민주화투쟁위) 위원장, 학투련(학살원흉 즉각퇴진과 노태우집권분쇄를 위한 학생투쟁연합) 부의장, 교내 신문의 편집장을 맡아 활동했으며, 대학교 졸업 이후인 1988년부터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의 언론노보 기자로 활동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 9월에는 군 복무 중인 후배 윤석양 이병으로부터 군 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자료를 전달받았으며, 이것을 한겨레신문에 전달해 세상에 알려지게 만들기도 했다.

1994년까지 기자로 활동하던 그가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기업 홍보실이었다. 1994년까지는 나산그룹 홍보실에서, 그리고 이듬해부터 1997년까지는 한보그룹 홍보실에서 정태수 총괄회장의 홍보업무를 도맡았다. 양정철이 위성방송사 스카이라이프 홍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01년이었는데, 입사 이듬해인 2002년에는 회사의 주요 현안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다. 당시 회사의 마케팅추진단 콜센터장으로 근무하며, 언론에 회사에 불리한 내부 정보를 유출시켰다는 혐의였다. 이후 2004년 4월 서울중앙지법은 양정철의 해고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회사의 방만한 예산 운용 등이 이미 매체를 통해 보도됐던 점을 들어 해고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스카이라이프에서 해고된 그가 정치계로 발을 돌린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통해서였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양정철은 언론노보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의 지인인 유종필 전 민주당 대변인의 요청에 따라, 노무현 당시 후보의 대선 준비 캠프에 합류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그는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들어갔으며, 2003년 12월에는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승진했다. 당시 양정철은 39세로,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다시금 정계 복귀

양정철은 참여정부에서 5년 동안 줄곧 비서관으로 일하며 언론 정책을 담당했다. 참여정부 시절에 이뤄진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즉 기자실 통폐합은 당시 언론 정책을 연구하던 양정철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언론을 상대하던 그는 종종 비난과 비판, 독설과 비방 사이를 오가는 강도 높은 발언으로 매체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보수매체가 신행정수도 건설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데에 대해 청와대 소식지를 통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고 힐난해 구설수에 오른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언론 보도 요약, 대처방안 등을 담은 언론분석 보고서를 만들던 그는 퇴임 이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속 보좌해 왔으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장례위원회 실무를 주관해 영결식, 안장식을 치렀다. 이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설립을 준비했으며, 재단 초대 사무처장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2013년 7월에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용익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조기숙 전 홍보수석, 이백만 전 홍보수석에 이어 노무현재단의 역점사업인 노무현 시민학교의 5대 교장으로 부임해 활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그가 다시금 정계에 복귀한 것은 노무현재단 사무처장 활동을 끝내고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던 2012년이었다. 사무처장직을 맡아 활동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워진 그는 2011년 ‘문재인의 운명’의 집필을 도왔으며, 2012년에는 총선에 도전하게 된다. 서울 중랑구 을 후보로 출마한 그는 하지만 본선에 나가지도 못하고 예비경선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고야 만다.

한 번의 패배, 그리고 또 한 번의 승리

이후 문재인 당시 후보의 대선 캠프에 메시지팀장으로 합류한 그는 여러 인상적인 활동을 펼쳤다. 특히 인재 영입에 있어 탁월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새누리당 출신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끌어들인 것도 그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정철은 선거대책위원회 활동을 중도에서 멈춰야 했는데,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 친노 세력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기 때문이었다.

2012년 12월 치러진 대선은 문재인 당시 후보의 패배로 끝이 나고 말았으며, 양정철도 다시금 정계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패배 이후 이듬해 12월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를 내며 일선에 복귀했고, 양정철도 그를 따라 다시금 정계로 돌아왔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계속 보좌하던 그는 2016년 보수계의 인사인 김종인 전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데 한몫을 하며 다시금 인재 영입 실력을 증명했다. 이후 그는 표창원, 김병기, 조응천 등 20여 명의 유명인사를 민주당으로 영입할 때도 실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2017년, 다시금 대선의 시기가 다가왔다. 2017년 5월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양정철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부실장을 맡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활약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5월 16일, 모든 공직을 고사하고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긴 항해를 마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갈 것이며,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라는 말을 남기고 정계에서 물러났다.

더민주의 차기 총선을 책임질 인물

양정철은 대선 이후 공직을 고사하고 떠난 이유를 친노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서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대선 이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일본 도쿄 등으로 거처를 옮겨 2년간 정계를 떠나있었다. 2018년 4월부터는 도쿄 게이오대학교 법학과 방문교수로 일했으며, 국내에서도 책을 출간하고 북콘서트를 여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정계를 떠나있을 때도 종종 청와대의 주요 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돼, 정가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양정철이 복귀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지난 4월, 양정철의 거취가 발표됐다. 그가 더불어민주당 산하의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장 책임자로 복귀하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민주연구원은 4월 29일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양정철을 신임 연구원장으로 공식 선임했으며, 5월 14일에는 민주당사로 첫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내년 총선에 그가 직접 출마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양정철은 “자기 정치를 하러 오지 않았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직접 정치를 하는 대신, 총선을 대비해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놓을 인재를 물색하는 작업을 도맡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정철은 스스로 “민주연구원이 인재 영입의 전진 기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외부의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인물을 걸어내는 강도 높은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만에 정계에 복귀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4년 차가 되는 2020년, 총선을 통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아 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