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국민 가수 시대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가수 같은 사람들의 실력. 그들을 키운 것은 10할이 방송 프로그램이요, 10할은 유튜브나 각종 동영상 공유 및 SNS요, 나머지 80할은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아지트이자 놀이터인 노래방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이상하게 남녀가 노래방에 같이 들어가면 노래를 잘하는 남자나 못하는 남자나 정해진 듯 같은 노래방 번호를 누른다는데 있다. 여자들은 말한다. "이제 제발 그만!" 여자들이 지긋지긋해하는 남자들의 노래방 노래 베스트 10을 알아보자. 당신이 진짜 기적의 보이스가 아니라면 이 노래들은 참아보는 것이 어떨까?

 

  

1. 임재범 - 고해

 

남자에게 임재범 노래를 부르는 일은 마치 관혼상제처럼 일생에 꼭 지나쳐야 하는 통과의례쯤 되나 보다. 다들 한 번씩은 임재범의 창법으로 고해를 부르거나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도 잠잠해지나 했는데 <나는 가수다>로 인해 다른 노래까지 알려지며 더 거세어졌다. 임재범의 노래가 싫다는 게 아니다. 다만 당신이 임재범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길.

 

  

2. Steel heart – She’s gone

 

노래 가사나 멜로디를 기억하는 곡은 많아도 전주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외우는 곡이 흔할까? 하지만 노래방 좀 다녔다 하는 사람들은 피아노 반주가 들려오면 전율을 하며 헤드뱅잉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라면 모두 불러봤을 그들의 애창곡 '쉬즈 곤'의 반주라면 말이다. 다만, 그 찢어지는 소리를 참아내야 하는 여자들의 입장도 한 번쯤은 고려해주길 바란다. 

 

 

3. 정엽 – nothing better

 

언제부터였을까 정엽의 멋들어진 가성이 여자들의 열 손가락을 넘어 열 발가락까지 오글거리게 만들었던 것은. 달콤한 그의 가성에 녹아내리는 여성들을 보며 노래방에서 열심히 칼을 갈고 연습했을 남자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얇고 높은 가성 소리도 계속 들으면 소름 끼칠 수 있다는 사실도 양해를 해주었으면 한다.

 

  

4. 아웃사이더 – 외톨이

사진 : KBS '불후의 명곡'

 

여자들의 여성미를 자극하는 노래가 보랏빛 향기이고, 사랑스럽게 고백하는 노래가 ‘나도 여자랍니다’라면, 남자에게 있어서 남자다움을 보여주는 임재범의 노래 말고도 또 다른 능력을 보여 줄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아웃사이더의 외톨이다. 도전의식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만큼 능력이 필요한 노래라는 걸 잊지 말길. 그 속도를 진짜 따라가는 남자는 몇 없다는 걸 기억하자.

 

 

사진 : KBS '뮤직뱅크'

90년대를 사로잡았던 록 발라드. 그중에서도 그 대표주자 격인 버즈의 MY love를 비롯한 다양한 노래는 처음에는 낭만적으로 그리고 그 이후에는 주술 같은 음악으로 바뀌었다. 모든 남자들이 똑같이 목을 긁어대며 가사를 웅얼거리면 이 노래가 My love 인지 버즈의 또 다른 노래인지조차 헷갈린다. 남자들이여 언제나 기억하자. 가수의 노래는 가수가 불러 그런 느낌이 난다는 것을.

 

 

6. SG 워너비 – 살다가

 

버즈의 노래가 90년대 록 발라드 감성을 수놓은 대표주자라면 90년대 우리나라 남성들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대표 장르는 바로 미디엄 템포 발라드. 일명 소몰이 창법이라고 불리는 R&B 창법의 음악들이었다. 솔리드,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기라성 같은 선배를 제치고 노래방에서 사랑받은 가수는 SG 워너비. 그들의 곡은 모든 남성들의 교과서지만, 그 사실을 아는지? 교과서는 원래 따분하다.

 

 

7. 이승기 – 내 여자라니까

 

이 노래만큼 상대를 봐가면서 불러야 하는 노래가 또 있을까? 이승기가 너라고 부를 땐 설레던 여자들이 왜 다른 남자가 부르면, 야자타임 건방진 꼬맹이로 보이는지. 친한 친구 사이나 그냥 즐기기 위해서 부른다면 참을만하지만 당신이 어떤 여성의 앞에서 분위기를 잡는 순간, 꿈틀거리는 여성의 눈썹이 감동 때문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자.

 

 

8.크라잉 넛 – 말 달리자

 

크라잉 넛의 ‘말 달리자’는 10년의 세월에도 모두가 인정하는 명곡 중의 명곡이다. 머리 아픈 입시 스트레스부터 답답한 회사 스트레스까지 모두 가사 속의 ‘닥쳐’에 응집시켜 막힌 속을 뻥 뚫어내는 소화제 같은 곡이기도 하다. 다만 그 스트레스를 굳이 여자와 분위기 잡는 자리에서는 부르지 말자. 그 여자와 썸 타려는 노력도 ‘닥 쳐’야 할지도 모르니까.

 

 

9. 김동률 - 취중진담

사진 :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취중진담을 하라고 했지, 취중 진가를 하라고 한 적은 누구도 없다. 왜 술만 취하면 어기적거리며 이 가사를 흥얼거리는가. 취해서 분명치 못한 발음으로 주절거리는 고백이 여자한테 먹힐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을 기억하길. 물론 진짜 취하지 않은 경우는 괜찮을 수도 있다. 당신이 김동률 성대모사를 하거나 취객 성대모사를 하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10. 안무와 함께 하는 걸 그룹 노래

 

그래, 당신은 놀고 싶었을 뿐, 무엇이 문제랴. 텔미를 패러디한 수많은 사람들은 유명인이 되었고 싸이는 패러디로 인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는데 걸그룹 춤과 노래 좀 따라 한다고 어떠랴. 게다가 잘하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하는 당신. 지금 어느 오디션 프로라도 좋다. 검색창에서 ‘걸그룹 따라 한 참가자’를 검색해 보길. 좋아 보이는가? 그게 바로 답이다.

 

 

 

황현주 press@daily.co.kr

• Category : 뮤직
• Tags : 음악,노래,남자노래,노래방,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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