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남자친구한테 '지치는' 순간

군인 남자친구와 연애하면서 힘들 때 꽃신 신고 싶어요 글 : 권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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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자친구이기에 앞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꽃 같은 시절에 힘든 훈련을 견디는 남자친구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이 크지만 사실 기다리는 여자친구의 입장도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분명 잘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왠지 모르게 문득문득 느껴지는 군인 남자친구와 연애하면서 힘든 순간들을 모아 보았다.

1. 휴가계획 다 세워놨는데 휴가 밀릴 때

짧게는 일주일에서 한 달, 길게는 몇 달씩 얼굴 못 보는 거야 그렇다 칠 수 있다. 밖에서 데이트를 하지 못하더라도 면회를 가면 되니까. 그러나 문제는 오랫동안 오매불망 기다리던 휴가가 밀릴 때이다. 남자친구의 휴가 일정에 맞춰서 내 일정을 조정하고 모든 계획을 짜놨는데 들려오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 “나 휴가 밀렸어.” 물론 남자친구도 속상하고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서러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남자친구 탓도, 내 탓도, 나라 탓도 할 수 없어 한숨만 푹푹 나오는 때이다.

2. 휴가 나와서 친구들을 더 많이 만날 때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나온 휴가인데 도통 남자친구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오랜만에 나와서 신난 것도 이해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자친구인데 휴가 나온 남자친구의 얼굴을 보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이다. 서운한 마음은 크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나만 만나라고 할 수도 없는 애매모호한 상황. 특히 친구들끼리 만나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연락도 잘 안 될 때가 많아 더더욱 속이 상한다.

3. 주변 사람들이 기다리지 말라고 할 때

전화 오면 모든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에만 집중하고, 먼 거리를 오랜 시간 달려가 잠깐 얼굴 보고,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 쓰는 일도 다 괜찮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주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괜찮지 않은 경우가 있다. 남자친구와 나 사이에 벌어지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군대를 걸고 넘어지며 헤어지라고 이야기 할 때 마다 가슴이 턱 막혀 오는 것만 같다. 하나하나 주변 사람들에게 해명하기도 지치고 그렇다고 남자친구에게 속상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어 혼자서 삭히기만 할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4. 면회 가려고 새벽부터 준비할 때

세상 제일 가는 집순이에, 늦잠꾸러기에, 요리의 ‘요’자도 몰랐던 나인데 곰신이 된 다음부터 아침형 인간도 아닌 새벽형 인간이 되어 버렸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씻고 화장하고 요리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왠지 나도 모르게 낯선 느낌이 든다. 부대는 또 왜 이렇게 멀리 있는지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해 출발해도 한참이 지나서야 도착한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달려갔지만 얼굴 보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뿐. 마음은 행복할지라도 몸이 피곤한 건 속일 수가 없다.

5. 보고 싶은데 못 만날 때

군인 남자친구를 기다리면서 겪는 수많은 상황 중에서도 가장 속상한 순간은 바로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때이다. 둘 만의 특별한 기념일 때, 일과 학교에 지쳐 위로가 필요할 때, 다정하게 지나가는 커플들을 볼 때 등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남자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차라리 남자친구가 없다면 모를까, 있는데도 볼 수가 없으니 속상하고 우울한 기분이 지속된다. 괜히 1이 사라지지 않는 카톡방에 ‘보고싶다’ 카톡도 보내보고 사진첩을 뒤적여 봐도 보고픈 마음이 가시기는커녕 더욱 더 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