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영화 TOP 10

영국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영화 TOP 10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TOP 10 글 : 황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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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 지난 8월 23일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리스트를 발표했다. 객관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36개국 177명의 영화 평론가들이 참여, 투표를 통해 순위가 정해진 것으로 순위 진정성에 많은 무게가 실렸다. 특히 이번 100편 리스트 중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포함되기도 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로도 손색없으니 틈틈이 골라보는 건 어떨까? 100편 중 TOP 10의 영화를 먼저 소개한다.

1. 멀홀랜드 드라이브(데이빗 린치ㆍ2001)
나오미 왓츠와 로라 엘레나 해링 주연의 영화. 대단한 상상력의 소유자 데이비드 린치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는 영화로 꿈과 현실의 차이와 좌절과 성취감, 할리우드의 이면적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을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초현실적 설정 속 두 여성의 이야기로 그려냈다. 약간 어려운 내용인 것도 같지만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환상과 현실의 공간적 구분,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구분이라는 교차되는 형식을 매우 심도 있게 풀어냈다.

2. 화양연화(왕가위ㆍ2000)

완결된 스토리보드 없이 영화를 촬영하는 왕가위 감독의 작품. 이 영화에서는 로맨스를 서스펜스 장르와 혼합하는 시도를 하면서 1960년대의 홍콩을 어둡고 무거우면서 정적으로 표현했다. 서로의 배우자자가 외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두 남녀가 위로를 하며 만나기 시작해 정신적인 사랑을 하는 내용을 몽환적으로 그려냈다. 사운드나 화면의 색채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 이 영화를 통해 남자 주인공 양조위는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3. 데어 윌 비 블러드(폴 토머스 앤더슨ㆍ2007)

그의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천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의 대표작이다. 초반 10분간 한 마디 대사 없이 단순히 음악과 화면으로만 당시의 상황과 주인공 남자의 인생, 성격을 한 번에 표현한다. 죽은 동료의 아들을 거둬들여 나 홀로 키우며 광부에서 석유 업자로 자수성가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인데 그의 끝없는 욕심과 탐욕, 결국은 그로 인해 주저 않고 마는 나락 인생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광기 있게 보여주고 있다. 불안한 영화적 감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영화의 사운드 역시 암울한 몰입도를 높여준다.

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키 하야오ㆍ2001)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 흥미로운 스토리는 물론 거기에 따른 다양한 해석들도 나오면서 두 번, 세 번 즐겨 보는 이들도 많았다. 온갖 정령들이 모이는 온천장에 우연히 가게 된 치히로의 모험담으로 점차 성숙한 변화를 하게 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 의도도 다분히 진정성이 있다. 이 시대가 가지는 물질 만능주의는 물론, 미아자키 하야오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성 매매 풍속 산업에 관련된 부분을 비판하기 위해서라는 것.

5. 보이후드(리처드 링클레이터ㆍ2014)

무려 12년 동안이나 제작된 영화다. 그렇다고 스펙터클한 소재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6살 소년과 그의 주변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이야기다. 인물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미국의 문화나 시대적 분위기의 변화를 보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감독은 매 년 배우들과 함께 일정 분량을 촬영하며 12년이 지난 후 영화를 완성했고 그의 작품은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6. 이터널 선샤인(미셸 공드리ㆍ2004)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판타지를 기반으로 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멜로 영화로 스토리 역시 독특하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두 남녀가 권태기를 맞게 되고 이별의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둘은 기억을 지운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다시 만나게 했고 또다시 사랑하게 된다. 기억은 지워져도 사랑은 가슴에 남는다는 것을,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

7. 트리 오브 라이프(테렌스 맬릭ㆍ2011)

테렌스 맬릭 감독은 하버드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을 정도로 ‘철학’에 관련 내공이 깊다. 때문에 그의 지인들은 그를 ‘영상 철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영화에도 역시 감독의 정신 세계관이 명백히 투영되어 있다. 가족과 종교, 우주의 탄생과 지구의 탄생, 성장과 죽음까지 매우 광범위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8. 하나 그리고 둘(에드워드 양ㆍ2000)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기도 했고 대만 뉴웨이브 스타일을 대표하는 에드워드 양의 유작이기도 하다. 평범한 한 가족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로 등장인물들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우리의 모습들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그래서 그들의 대사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도 인생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해줄 수 있는 고요하면서도 가슴 설레는 영화.

9.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아쉬가르 파라디ㆍ2011)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이란의 영화다. 등장인물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를 디테일하게 그려나고 있다. 자녀 양육과 치매 부모 부양 문제로 별거를 시작하게 되며 이혼에 이르는 과정까지 일어나는 에피소드다. 제6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비롯 남녀 주연상을 휩쓸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이란 영화 최초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10.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조엘 코엔, 에단 코엔ㆍ2007)

황량하고 메마른 텍사스의 사막에서 펼쳐지는 살인자와 카우보이의 추격전. 결국, 비도덕적인 행동을 저지른 자를 쫓는 비도덕적인 또 다른 사람. 그리고 그런 비도덕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단순한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매우 짜임새 있어 보인다. 미국 아카데미 각색상, 감독상, 작품상, 남우조연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