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욕 자극하는 영화 10

음주욕 자극하는 영화 10 눈과 귀로 감상하는 술의 맛 글 : 황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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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화들이 있다. 보고 나면 술이 당기는 영화들. 술 자체를 예술적으로 그려서일 수도 있고, 단지 등장인물이 특정 술을 즐겨 마시는 장면이 나와서일 수도 있으며,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술을 마시는 그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일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술은 입으로 직접 맛볼 수 없이 눈과 귀로만 감상할 뿐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현실의 술보다도 더 맛있어 보이기 마련. 한번 보고 나면 술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음주욕 자극 영화 10편을 소개한다.

1. 사이드웨이

2005년 골든글로브 최다 노미네이션과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수상에 이어 제77회 아카데미 영화제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영화 '사이드웨이'는 와인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남들이 흔히 다루지 않는 영역을 파고들어 가장 절정의 감동과 웃음을 이끌어내기로 유명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사이드웨이'에서 위기의 시기에 들어선 남자들의 사랑과 우정, 고질적인 외로움과 버릴 수 없는 꿈을 와인 기행이라는 소재와 어우러지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2. 와인 미라클

영화 '와인 미라클'은 와인 애호가라면 죽어도 봐야 할 영화로 꼽힌다. 1976년 와인업계에서는 신출내기였던 캘리포니아 와인이 콧대 높은 프랑스 와인을 제치고 우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그린 와인 미라클'은 실화를 바탕으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와인의 매력을 혀가 아닌 눈과 귀로 예술적으로 표현해 와인 애호가들에게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라고.

3.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엔젤스 셰어'는 본래 오크 통에서 위스키를 숙성할 때 매년 흔적 없이 사라지는 전체의 2%가량을 지칭하는 용어다. 영화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는 우울한 인생을 살던 주인공 로비가 우연히 자신이 위스키 감별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생이 변화하는 과정을 담는다. 위스키에 대한 영화인만큼 다양한 위스키가 등장할뿐더러, 위스키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는지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장면 하나하나가 흥미로울 영화다.

4. 칵테일

미국의 1988년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 '칵테일'은 한 바텐더의 꿈과 사랑, 성공과 실패를 그린 작품으로 이 영화에서는 1988년 당시 뉴욕의 분위기와 화려한 칵테일 바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칵테일' 역시 배경 자체가 칵테일 바라서 진토닉과 보드카뿐 아니라 벨벳해머, 쿠바 리브레 등 생소한 칵테일까지 다양한 종류의 칵테일이 연이어 등장한다. 주인공 브라이언 역을 맡은 톰 크루즈의 젊은 시절 미모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덤이다.

5.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찍어다 옮겨놓은 듯한 영화를 찍는 홍상수 감독에는 음주 장면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하다.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영화과 학생 해원의 일기체 형식으로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이 영화의 깨알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10분이 넘는 긴 테이크의 단체 회식 장면. 이선균과 정은채는 중간에 물로 대체한 소주 병을 헷갈려 진짜 소주를 술잔에 가득 담아 마셔 실제로 취하고도 10분이 넘게 실감 넘치는 연기를 했다는 후문.

6. 하하하

홍상수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하하하'는 친구인 문경과 중식이 만나 우연히 얼마 전 둘 다 통영에 갔다 온 것을 알게 되면서 여행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술자리 토크가 아예 영화의 중심인 셈. 음주 장면에서는 실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인 만큼 이 영화에서 배우 김상경과 유준상은 청계산에 자리 잡은 한 막걸리 집에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며 촬영을 진행했다고.

7. 술이 깨면 집에 가자

영화 '술이 깨면 집에 가자'는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츠키하라가 굳은 다짐과는 달리 매번 만취한 모습으로 떠나간 아내와 가족들을 만나기를 반복하다, 의존증을 고치고 가족에게 돌아가고자 자진해서 알코올 병동에 입원하는 이야기다. 알코올 의존증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영화는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사회생활 속에서 술에 입을 댈 수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다.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사람을 그리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답답한 현실, 밝은 미래를 그려 좋은 평을 받았다.

8. 낮술

2009년 개봉한 저예산 독립영화 '낮술'은 전주국제영화제 JJ Star상과 관객 평론상, 2008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특별언급 및 넷팩상 수상을 시작으로 토론토영화제, 스톡홀름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홍콩 영화제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등에서 초청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술을 매개로 남성의 로망과 판타지를 그려내는 점에서 보는 남성들에겐 입맛을 다시게 하는 지점이 분명한 영화다. 밤술이 아닌 낮술, 술인 듯 술이 아닌 것을 먹는 듯한 그 오묘한 낮술의 매력을 은유로 삶의 단면을 그린 작품이다.

9. 심야식당

'심야식당'은 원조 먹방이라 할 수 있다. 야심한 밤,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그 자리에서 요리하는 식당을 그려낸 것이기 때문. 특히 '심야식당'을 통해 알려진 따뜻한 한 끼 식사와 함께하는 '하이볼'은 이제 분명한 하나의 문화가 됐다. 일본식 닭튀김 가라아게를 주문한 젊은 여성이 맥주를 마시지 못하자 마스터가 권하는 술이 하이볼이었고, 이후 그녀가 가라아게와 하이볼을 함께 마시는 심야식당의 단골이 되는 장면에서 비롯됐다. 이젠 심야식당의 그 술이라고 하면 바로 하이볼을 뜻할 정도라고.

10. 아메리칸셰프

음식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는 일류 레스토랑을 그만둔 셰프 칼 캐스퍼가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을 열어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 셰프의 실존 인물이 본래 한국계 셰프라고. 무엇보다도 아메리칸 셰프에서 칼 캐스퍼가 첫 개시를 한 뒤 맥주를 마시는 장면은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가게 한다. 주 요리로 등장하는 쿠바 샌드위치 역시 맥주와의 조화가 일품이라 맥주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