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장소가 배경이 된 노래들

특정 장소가 배경이 된 노래들 국내 명소와 낭만을 같이 노래하는 곡들 글 : 황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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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요를 듣는 수많은 묘미 중 하나는 바로 실제 장소를 노래하는 곡들을 듣는 것이다. 해외의 곡이라면 그 곡들이 어느 장소를 언급하든 알 길이 없지만, 우리말로 한국의 곳곳을 이야기하는 곡은 듣는 사람들이 같은 장소를 생각하며 낭만에 젖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 그 노래가 언급한 장소를 음악과 함께 찾아가는 낭만적인 여행도 가능하다. 작사가나 싱어송라이터들이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 멜로디와 서정적인 언어를 얹어 노래를 만들고, 사람들은 그 장소에 자신만의 새로운 추억을 쌓아간다. 그렇다면 국내의 특정 장소가 배경이 된 노래들은 무엇이 있을까?

1.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 이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 네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라는 가사가 차분한 기타 소리와 함께 바닷바람처럼 들려오는 노래.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는 버스커버스커의 인기곡 중 하나다. 이 노래는 실제로 장범준이 여수 바닷가에서 쓴 곡으로 가사에서 언급하는 조명은 바로 모텔 불빛이라는 비밀이 있다. 장범준은 모 프로그램에서 여수 바닷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연인과 통화를 나누던 추억을 담아 쓴 곡이라고 밝히며, 통화를 하는 데 근처 모텔 불빛이 축제처럼 아름답게 느껴져 이 노래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2. 춘천가는 기차

1989년에 발표된 가수 김현철의 노래 '춘천 가는 기차'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방송을 통해 간간이 흘러나오는 노래다. "조금은 지쳐 있었나 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로 시작해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라며 그 시절의 삶의 낭만을 이야기하던 명곡이다. '춘천 가는 기차'는 MT를 떠나는 젊은이들에게는 추억과 낭만을, 어른들은 고단한 삶을 담았던 그 시절의 열차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 멀지 않아 서울에서 여행 가기 좋은 곳으로 여전히 인기가 높은 춘천에 갈 땐 이 노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을 것이다.

3. 제주도의 푸른밤

가수 성시경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가장 익숙한 노래, '제주도의 푸른 밤'의 원곡은 1988년 들국화 출신의 최성원이 직접 노래를 작곡, 작사한 것이다. 편안하면서도 낭만적인 선율로 제주도만의 푸른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이 노래는 최성원이 마음을 정리하려 부산에 갔는데 마침 제주도에 가는 배를 만나 그냥 올라탄 것을 계기로 탄생했다. 그 후 친구였던 작곡가 김욱의 집에서 신세 지며 딸 푸르매 양이 제주도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노래를 만든 것이라고.

4. 신촌을 못가

슈퍼스타K 6에 출연한 임형우의 무대로 유명해진 '신촌을 못가'는 포스트맨이 2013년 1월 발매한 첫 번째 싱글 앨범이자 노래의 제목이다. "신촌을 못가 한 번을 못가 혹시 너와 마주칠까 봐 / 널 보면 눈물이 터질까 봐 / 친구들 한잔하자고 또 꼬시며 불러대도 / 난 안가 아니 죽어도 못가"라는 애절한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옛사랑의 추억이 살아있는 거리를 가지 못하는 이의 답답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곡이다. 신촌이 많은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 쓰이는 만큼, 그리고 신촌이 아니더라도 옛 연인과의 추억이 담긴 장소는 가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곡이다.

5. 부산 바캉스

스컬&하하가 자신들의 유일한 히트곡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 노래 '부산 바캉스'는 여름, 부산, 바캉스, 그리고 레게가 어우러져 경쾌한 섬머송이라는 평을 받는 노래다. 해운대, 광안리, 동백 섬, 남포동, 자갈치 시장까지 부산의 관광명소들을 흥겨운 레게 리듬에 맞춰 외치는 이 노래는 부산에 여행을 떠날 때 듣기 좋은 최적의 곡이다.

6. 3호선 매봉역

프라이머리가 4년 전 발표한 '3호선 매봉역'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지만 과거의 추억이 담긴 3호선 매봉역을 떠올리며 읊조리는 노래다. 팔로알토와 빈지노가 작사한 이 곡에서는 "친구 놈은 연애 끝에 결혼을 했지 / 더 이상 자유가 없다며 넋두릴 뱉지 / 허나 표정은 절대 안 슬퍼했어 / 일 끝나고 만나자 매봉역 근처에서", "밤늦게 3호선 지하철 타고 / 매봉역 앞에서 널 기다리는 중이야 외로워 마 / 우린 좋은 기억들을 나눌 수가 있잖아"라며 매봉역을 이야기한다. 그리 유명한 지하철역이 아니지만, 그런 만큼 일상적인 삶이 느껴지는 곳으로 매봉역을 소재로 활용한 것.

7. 강남스타일

국민 노래를 넘어 세계 히트곡이 되어버린 '강남스타일'은 4년 전 싸이의 앨범 '싸이6甲 Part 1'의 수록 곡이자 타이틀곡이었다. "오빤 강남스타일" 이라는 가사를 반복하며 흥겨운 사운드만큼 화끈한 가사로 이루어진 이 노래는 한국에서 '강남'이 어떤 이미지인지 잘 보여준다. 유행과 자본의 중심이자 쇼핑의 메카인 만큼 트렌드의 선두에 있는 곳인 강남을 소재로 한 이 노래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국내로 여행 온 외국인들이 강남에 꼭 들르게 만들었다.

8. 양화대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자이언티의 노래 '양화대교'는 자이언티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애환을 담은 노래다. 노래에 등장하는 양화대교는 택시 기사였던 자이언티의 아버지가 항상 전화할 때 "양화대교"에 있다고 말씀하신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어머니의 전화에 자신이 양화대교에 있다고 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어렸지만 이젠 어른이 된 자신을 바라보며 잘 살아가자고 읊조리는 이 곡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양화대교는 서울의 다리 중 별로 유명한 다리가 아니었지만, 이 노래 덕에 인지도가 높아질 정도였다.

9. 덕수궁 돌담길

정동길’이라고도 불리는 덕수궁 돌담길은 대한민국의 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다. 낭만이 가득한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들이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며, 주변에 서울 시립미술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 있어 문화산책 코스로도 제격인 이 거리를 얘기하는 노래가 있다. "비 내리는 덕수궁 돌담길을 / 무슨 사연이 있기에 혼자 거닐까 / 밤비가 소리 없이 내리는 밤에"라는 가사가 담긴 이 곡은 1961년 작사가 정두수가 늦은 밤 제대복을 입고 돌담길에 기대어 구슬프게 울고 있는 사나이를 보고 만든 노래라고.

10. 광화문연가

1988년 이문세 5집의 수록 곡으로 발표된 '광화문 연가'는 주로 이문세의 곡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故 이영훈의 작품으로, 이제는 국민 모두가 아는 명곡이 된 노래다. 여운을 남기는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후대에도 사랑받으며 리메이크 대상 1호로 꼽히는 이 노래는 故 이영훈이 고등학교 때 만든 곡이라고. 노래는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라며 광화문 사거리를 운치 있게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