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에 더 빠져드는 추억의 영화 10

순수한 눈동자에 빠져든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 10 순수함 가득, 매력 가득, 여운 가득 글 : 권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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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라는 말이 있다. 영화나 텔레비전에 등장해 연기하는 어린이에게 적용되는 직업일 일컫는 말인데 사실 그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웬만한 성인연기자 못지않는 포스와 아우라를 느끼기도 한다. 맞지 않는 옷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는 듯한 느낌이 아닌, 처음부터 제 옷이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아이들. 거기에 더해지는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덤이다. 이처럼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으로 중무장한 아이들이 등장함에 따라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순수한 눈동자로 보는 이의 마음까지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지금부터 만나보도록 하자.

우리들

화려한 꽃들 사이로 그림처럼 앉아있는 두 아이들. 어딘지 모르게 동화 속을 연상시키는 듯한 포스터에 저절로 가슴이 설레는 듯하다. 단편영화 <콩나물>로 주목을 받았던 윤가은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우리들>은 초등학생 선과 지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이 모두의 기억 저편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 <우리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특히 눈길을 끄는데, 이를 위해 윤가은 감독은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촬영 직전 장면에 대한 설명만을 덧붙였다고 한다. 맑고 아름다웠던, 동시에 어렵고 답답했던 어린 시절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아무도 모른다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마냥 행복하고 발랄한 영화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잔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그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영화 <아무도 모른다>이다. 1988년 도쿄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인 ‘스기모 어린이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엄마가 집을 나가버린 뒤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게 되는 네 남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다큐멘터리적인 구성으로 전개되었으며, 덕분에 감정적인 연출이나 극적인 사건보다는 아이들의 넘치는 생명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장남 아키라 역을 맡은 야기라 유야는 이 영화를 통해 만 14세의 나이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가족해체를 유쾌하고 감동적이게 풀어낸 영화이다. 과도하게 멋 부리지 않고, 억지로 과장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의 매력. 마치 아기자기한 하나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사랑을 받았다.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영화가 넘쳐나는 요즘,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마음을 따듯하게 할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었다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자. 영화를 보고 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마음을 훔쳐갔을지도 모른다.
홍은택,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개리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기차가 서로 스쳐 지나갈 때 기적이 일어난대!” 그야말로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생각과 그 생각을 실현시키는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아무도 모른다>를 만든 감독 고레다 히로카즈의 작품이자 일본 인기배우 오다기리 죠의 등장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보다 더 귀여울 수 없는 아이들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밖에 없던 영화이다. 사실 오다기리 죠의 분량은 얼마 없고 아이들이 주가 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를 기대하고 봤다간 실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실망감을 흐뭇함으로 변화시키는 아이들의 열연이 있기도 하다. 엉뚱한 매력의 아이들의 꿈꾸는 기적은 무엇일까? 순수한 눈동자로 기적을 쫓는 아이들이 이보다 더 귀여울 수는 없다.

꼬마 니콜라

“내 이름은 니콜라, 순탄하기만 하던 열 살 내 인생을 위협하는 무지막한 일이 생겼습니다”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이 아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순수한 니콜라와 그 친구들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전 세계 18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꼬마 니콜라>는 어린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영상미와 색감이 뛰어나 여러모로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이다. 프랑스 영화는 잔잔하다고 차분하다는 편견을 확실하게 깨준 <꼬마 니콜라>. 널리 알려져 있는 원작을 영화화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명확하게 입고 나타난 영화가 이리도 고마울 수 없다. 마음 편하게 웃으며 보기 딱 좋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

탄광촌 출신의 소년이 편견에 맞서 발레라는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 2000년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몇 년이 지나 뮤지컬로 제작되고 영화관에서 재개봉되기도 하며 많은 이들의 영원한 명작이라는 입지를 다시금 되새긴 영화이다. 주인공인 소년 빌리(제이미 벨)를 중심으로 그의 꿈, 가족, 현실, 희망 등을 뭉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감동, 나에겐 빌리 같은 꿈과 가족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이다.

세계일주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이지만, 집에서는 동생 뒷바라지하느라 바쁜 9살 누나 지호. 세상물정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천방지축 7살 동생 선호. 두 남매에게 떨어진 청천벽력 같은 소식! 두 남매는 아빠를 구하기에 4호선 상록수역에서 3호선 홍제역까지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어른들에게는 고작 한 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선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용기를 낸 모험과도 같다. 억지로 짜낸 감동이 아닌 순수한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에서 비롯된 감동이 <세계일주>의 가장 큰 장점. 마음 편하게 보다가 어느 순간 엉엉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거대 초콜릿 공장에 가서 먹고 싶은 만큼 달달한 초콜릿을 먹게 되는 일!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왔을 이야기이다. 1964년 발표된 아동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은 화려한 영상미와 깜찍한 아이들의 연기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여태까지 아이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모험 영화는 있었지만, 이보다 더 달콤한 세계는 없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 초콜릿 공장이라는 배경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흥미를 끌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추천한다.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여섯 살 소녀 메이지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과 세상. 부모의 이혼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아이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담아낸 영화이다. 어른들의 선택과 욕심으로 인해 결정되는 아이의 삶이란 어떤 것일 까? 아무렇지 않은 듯 품 안에 안긴다고 해서 아이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고 착각해도 되는 것일까? 영화는 메이지(오나타 에이프릴)의 차분한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여섯 살 아이가 직접 만들어가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 메이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대체로 어른들의 어긋난 시선과 판단을 꼬집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의 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어쩌면 알면서도 외면했었던 부분들을 아이들의 깨끗하고 올곧은 시선으로 담아낸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지금은 역사가 된 세계 제2차 대전을 배경으로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이다. 잔혹한 전시 상황 중에서 마주치게 된 게르만 소년 브루노와 수용소에 갇힌 유태인 소년 슈무엘. 작은 손을 서로 마주잡고 친구가 되고자 했던 두 소년은 과연 우정을 지속할 수 있을까? 맑은 눈동자의 두 소년이기에 더욱 더 가슴이 아려오는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