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들이 꼽은 '가장 안전한 나라' 대한민국의 화려한 밤 문화

여행객들이 꼽은 '가장 안전한 나라' 대한민국의 화려한 밤 문화 늦은 시간, 한국의 밤은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글 : 안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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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한국의 밤은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가게가 많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떠난 첫 해외여행지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세계 3대 야경으로 손꼽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야경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을 위해 24시간 카페나 식당이 활성화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자정이 될 무렵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새벽 감성에 젖어 야경을 감상하겠다는 로망은 그렇게 산산조각 났다. 이후 여러 차례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보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현지에서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기로 소문난 가게도 새벽 1~2시가 되면 문을 닫았다.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새벽 늦게까지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 걸까?

반면 대한민국의 밤은 언제나 환하게 빛나고 있다. 일명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번화가에 나가면 24시간 운영하는 카페나 식당, 술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이 되면 이곳은 늦은 새벽, 심지어 아침까지 많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놀기 좋은 환경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치안이 좋은 편이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장점 중 하나인 화려한 밤 문화와 안전한 치안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1981년까지만 해도 밤에 돌아다닐 수 없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야간 통행금지제도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야간 통행금지제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자유롭게 밤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야간 통행금지제도란 밤 시간에 일반인의 통행을 금지한 제도로, 전근대사회 여러 나라에서 대부분 실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도 실시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야간 통행금지제도가 실시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등이 발명 및 보급되기 전, 등불 밑에서의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밤 시간은 휴식 내지 잠자는 시간이었다. 이에 밤 시간에 국민들의 치안을 위해 야간 통행금지제도가 실시된 것이었다. 『경국대전』 병전 문개폐조(門開閉條)에 "궁성문은 초저녁에 닫고 해가 뜰 때에 열며, 도성문은 인정(인경, 밤 10시에 쇠북을 28번 치던 일)에 닫고 파루(오경, 새벽에 쇠북을 34번 치던 일)에 연다"고 했으며, 행순조(行巡條)에는 "2경 후부터 5경 이전까지는 대소인원은 출행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높은 관료부터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의 통행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야간통행금지제도가 언제부터 시행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1401년 5월에 처음 나오고, 이때 "초경3점 이후 5경3점 이전에 행순을 범하는 자는 모두 체포할 것"을 명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야간 통행금지제도가 그 이전부터 시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조선시대 야간 통행금지는 1895년 9월 29일 자 포달 제4호로 인정·파루 제도가 폐지되면서 동시에 폐지되었다.

광복 후의 야간 통행금지제도는 1945년 9월 8일부터 시작되었다. 미 제24군 사령관의 '일반명령'에 의해 경성·인천 두 지역에 밤 8시부터 아침 5시까지의 통행금지령을 발포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지속됐다. 이후 1954년 4월 1일 「경범죄처벌법」에 "전시·천재지변 기타 사회에 위험이 발생할 후려가 있는 때 내무부장관이 야간통행 제한에 위반한 자"라고 규정되어 야간 통행금지 위반자가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되면서부터 법령에 의해 제도화되었다. 또한 1983년 12월 30일 자로 이 법이 전면 개정되었을 때에도 '야간통행 제한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존속되었다. 이 제도가 뚜렷한 근거 법령 없이 존속되어온 이유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항상 준전시상태에 있다는 국민 간의 암묵의 이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1981년 12월 10일 야간 통행금지제도의 전면 해제 건의안이 국회 내무위원회에서 가결되었고, 이듬해인 1982년 1월 5일 국무회의에서 경기·강원 두 도 안의 휴전선 접적지역과 해안선을 낀 면부들을 제외한 전국 일원의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었다. 이후 1988년 1월 1일에는 제외되었던 나머지 지역도 모두 통금이 해제되었다.

새벽에도 활발하게 영업 중인 카페 및 음식점

24시간 영업 중인 곳이 많아서 늦은 시간에도 행동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야간 통행금지제도가 사라진 지금, 우리나라의 밤거리는 환하게 빛나고 있다. 자정이 다 될 무렵에도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심지어 동이 틀 때까지 영업을 하는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는 곳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PC방도 밤 10시가 되면 대부분 문을 닫았고, 24시간 편의점도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술집은 그 당시에도 늦은 시간까지 열려 있었지만, 지금처럼 아침까지 영업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현재는 24시간 내내 영업을 하는 가게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강남, 홍대를 비롯한 번화가에서는 흥이 많은 우리 국민들이 음주가무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도록(?) 익일 아침까지 영업을 한다. 비단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학가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가보면 대학생들이 노트북과 전공 책을 펼쳐놓고 과제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늦은 새벽 24시간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밤 10시가 되면 문을 닫았던 PC방에는 밤새 게임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다만 바뀐 게 있다면 10시 이후에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출입이 제한된다). 24시간 운영하는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비로소 늦은 시간에도 행동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늦은 시간에도 돌아다닐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

늦은 시간에도 순찰을 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밤 문화가 발달되어 있으면서도 비교적 치안이 좋은 편이다. 특히 밤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순찰을 다니는 경찰차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늦은 시간까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힘쓰는 경찰들 덕분에 매일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에서는 늦은 시간에도 여성들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여성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나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주요 출퇴근 길목을 '여성안심 귀갓길'로 선정해 LED 보안등, CCTV, 신고 위치 표지판, 비상벨 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집중 순찰하는 등 여성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치안이 좋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16년 여행자들이 직접 순위를 매긴 각국의 치안 수준에 따르면, 한국은 평점 85.6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놀라는 점이 식당이나 카페에서 개인 소지품을 자리에 두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는 소매치기가 빈번해서 개인 소지품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순간, 모든 물건이 사라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트북, 태블릿 등 고가의 물건을 자리에 두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언제 어디서 내 소지품을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세계 치안 순위 상위권에 빛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밤은 낮보다 더 환하다

전 세계 도시 및 국가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인 NUMBEO에 따르면, 범죄율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치안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화려한 밤 문화가 발달된 것에 비하면, 꽤 안전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언제 어디서 범죄가 발생할지 모르니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밤은 낮보다 더 화려하게 빛난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 불빛과 밝은 실내조명이 어두운 밤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안전한 환경에서 늦은 시간까지 즐길 거리가 많다는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