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설 연휴는 2월 4일 월요일부터 시작되어 2월 6일 수요일까지 계속되는데, 주말을 합치면 무려 5일이나 쉴 수 있어 꿀 같은 연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집안의 며느리들은 5일이나 되는 긴 연휴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명절 음식 준비를 비롯한 엄청난 가사노동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그런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도 명절 때문에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A씨처럼 말이다.

 

 

A씨는 6년째 연애 중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남자친구는 1남 2녀 중 셋째인데,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막내이다 보니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A씨의 부모님보다 10살 정도 연세가 많으셨고 가부장적인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A씨의 형제자매도 1남 2녀로 구성되어 있었고, 남자친구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결혼까지 생각했다.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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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와 결혼과 관련된 얘기를 하던 도중 집안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그동안 A씨의 부모님도 남자친구의 부모님도 아들과 딸을 대놓고 차별하지는 않으셨지만, 아무래도 A씨의 집에서는 A씨의 남동생이, 남자친구의 집에서는 남자친구가 경제적인 지원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사실이었다. 두 집 모두 교육적인 면에서는 아들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A씨는 부모님을 이해했기에 서운함을 느끼지 않았고, 남자친구 역시 그런 눈치였다.

 

 

그러던 중에 명절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남자친구는 “만약 결혼 이후에 자신이 회사 때문에 본가에 못 내려가게 되면 며느리인 너라도 혼자서 시댁에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시부모님도 부모님과 마찬가지이므로 명절날 찾아 뵙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게 남자친구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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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의 생각은 달랐다. 남편도 없는 시댁에 혼자 찾아가서 명절 음식을 만들고, 잘 모르는 친척 분들께 인사를 드릴 필요가 있나 싶었다. 게다가 예비 시댁과의 거리도 꽤 있는 편인데, 굳이 몇 시간을 투자하면서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제사와 차례가 없는 집에서 자라온 A씨는 남자친구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A씨는 자신의 생각을 남자친구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명절은 일 년에 두 번 뿐”이라며 “평소에 집안일을 더 많이 할 테니, 명절만큼은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사실 A씨의 입장에서는 시댁부터 가는 것도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해를 바라는 남자친구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내가 명절에 출근하지 않으면 너한테도 좋은 거다”라고 말했다. 남자친구의 말은 자신이 명절에 출근하지 않으면 A씨와 함께 시댁에 갈 수 있으니 A씨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순간 ‘이 결혼을 꼭 해야 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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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집에 돌아와서도 남자친구의 말을 잊을 수 없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다들 남편이 시댁에 갈 상황이 안 되면 혼자라도 시댁에 가는지, 만약 간다면 명절 음식이나 차례상 준비도 도맡아하는지 말이다. 아무리 결혼이 이해관계를 따지는 비즈니스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과연 이 남자와 결혼을 해도 될지 고민이 됐다. 정말 남편이 시댁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며느리인 A씨라도 혼자 시댁에 가는 게 맞는 것일까? 아니면 남자친구가 가부장적인 집안의 영향을 받아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안혜선 press@daily.co.kr

• Category : 이론(論)저론(論)
• Tags : 명절,시댁,명절시댁방문,시댁방문,남편,아내,제사,설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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