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 서기 VS 두 줄 서기, 뭐가 맞나요?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 서기 VS 두 줄 서기, 뭐가 맞나요? 에스컬레이터에서 어느 쪽에 서야 할지, 누가 좀 알려주세요! 글 : 안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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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기자는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만원 지하철과 복잡한 환승 구간에서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을 실감한다. 물론 동방예의지국의 일원으로서 매너를 갖춘 승객들도 많지만, 인성이 의심될 정도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승객들도 많다. 이를테면 만원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꽂지 않은 채 동영상을 보는 사람이나,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백팩은 앞으로 매라는 안내방송을 가볍게 무시하고 커다란 백팩으로 승객들을 이리저리 치고 다니는 사람, 하차역에서 문이 열리기도 전에 빨리 내리라며 뒤에서 손으로 미는 사람들 말이다. 이들의 행동은 많은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안기는데, 정작 본인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듯한 눈치다. 가끔 정의의 사도가 이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할 때면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니, 이러한 비매너인들을 볼 때면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 피하지'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들은 제3자가 보더라도 '매너 없는' 행동으로 치부되는데, 매너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제멋대로 했다가는 지탄받을 것 같은 행동이 하나 있다. 바로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줄 서기이다. 언젠가는 한 줄 서기를 하라고 하더니, 또 언젠가는 두 줄 서기를 하라고 하니 시민들이 헷갈릴 수밖에. 그렇다면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 중 어느 것이 맞는 걸까?

시민단체에 의해 시작된 '한 줄 서기' 운동

'한 줄 서기' 운동이 시작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둔 시점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선진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싶었던 한 시민단체는 "바쁜 사람을 배려하자"라는 취지로 한 줄 서기 운동을 시작했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해 홍콩, 대만, 캐나다, 유럽 등 많은 선진 국가에서 한 줄 서기를 한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많은 귀감이 됐다. 지금은 대부분의 지하철역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내 지하철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딱히 정해진 통행 방식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줄 서기 운동이 시작되자 많은 지하철 이용객들이 자연스레 한 줄 서기 운동에 동참했다. 어느 누구도 생각해보지 않은 에스컬레이터 통행 방식에 한 시민단체가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후 지하철 이용객들은 에스컬레이터의 오른쪽에 탑승했고, 왼쪽은 바쁜 사람들을 위해 비워뒀다. 그리고 바쁜 사람들은 비워져있는 왼쪽 공간으로 걸어 올라가거나 내려갔다.

지하철 운영 기관에 의해 시작된 '두 줄 서기' 운동

하지만 서울메트로 등 지하철 운영 기관들은 '두 줄 서기'를 주장했다. 한 줄 서기를 하면 하중에 오른쪽에만 실리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사고가 늘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결국 2007년 정부는 이 같은 이유를 내세우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한 줄 서기에 상당 부분 익숙해진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옛것을 고집하는 자와 새것을 받아들인 자의 갈등이 잦아졌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08년 8월까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보고된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125건을 분석해보면, 2004년 3건이던 사고는 2005년 15건으로 늘었으며, 2006년과 2007년에는 31건으로 급증했다. 사고 건수만 보면 정부의 주장이 꽤나 설득력 있어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 184건을 살펴보면 '넘어짐'이 111건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과 기타가 각각 34건, 39건으로 많았다. 그중에서도 '서 있다가 넘어짐'이 111건 중 8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걸어가다가 넘어진 사고는 13건에 불과했다. 즉, 한 줄 서기로 인한 사고가 10.4% 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또한 관리원 측은 사고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승강기 관련법 개정(2005.7)에 따른 사고 신고 의무화'와 '에스컬레이터 설치 대수 증가'를 꼽았으며, 정부의 주장과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두 줄 서기 캠페인의 효용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제기됐다.

한 줄 서기 VS 두 줄 서기, 지하철 이용객의 선택은?

그렇다면 지하철 이용객들은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 중 어느 것을 선호할까? 이에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2015년 7월 에스컬레이터 줄 서기와 관련한 시민들의 의견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5.5%가 "한 줄 서기를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8년 동안 정부와 지하철 운영 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두 줄 서기 캠페인을 권장했으나, 이미 한 줄 서기에 완벽 적응한 시민들은 좀처럼 방향을 선회하지 않았다. 결국 같은 해 9월 정부는 공식적으로 두 줄 서기 캠페인 중단을 선언했다. 한 줄 서기를 선호하는 여론이 두 줄 서기(34.5%)를 선호하는 여론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고, 한 줄 서기가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도 줄 서기 방법을 캠페인으로 내세우는 사례가 없다는 점도 참작했다. 다만 정부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을 폐지하면서 '손잡이 잡기'와 '걷거나 뛰지 않기', '안전선 안에 타기' 등의 안전 수칙만 강조하기로 했는데, '걷거나 뛰지 않기'는 사실상 두 줄 서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섣부른 캠페인 도입으로 혼란을 야기한 정부는 뒤늦게 발 빼기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에스컬레이터 줄 서기는 논란의 쟁점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식 모색해야

요즘도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면 한 줄 서기를 해야 할지, 두 줄 서기를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한 줄 서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것이 기계 고장과 안전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바쁜 이용객에는 두 줄 서기가 불편함을 준다"고 주장하고, 두 줄 서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 자체가 두 줄로 서게끔 돼있는데, 한 줄 서기를 하면 걷거나 뛰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게 된다"며 "바쁘면 계단을 이용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한다. 때문에 종종 한 줄 서기파와 두 줄 서기파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갈등을 빚기도 하는데, 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시민들로 하여금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줄 서기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 또는 지하철 운영기관의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설픈 개입은 혼란만 부추기게 될 뿐이다.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과 그 효용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