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같아서 더 좋아, 깊은 감성 끌어내는 우리말 가사 담은 노래

시 같아서 더 좋아, 깊은 감성 끌어내는 우리말 가사 담은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깊어지는 감성으로 채워줄 우리말을 품은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들 글 :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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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를 사용하면 자칫 평범하게 들릴 수 있는 노래도 우리말 가사를 품으면 그 안에 서려 있는 감정선과 의미를 더욱 세심하게 느낄 수 있어 한편의 ‘시’를 연상케 할 때가 많다. 외래어를 사용한 노래 가사 비중이 높은 오늘날에도 우리말의 멋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노래들은 한층 더 깊어지는 감성과 여운으로 귓가를 사로잡고 있다. 아래에서 소개할 우리말 가사를 품은 곡 10곡을 참고해 플레이리스트를 황홀한 감성으로 빽빽이 메워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이소라 - 바람이 분다

국내를 대표하는 명가수 이소라의 6집 앨범 ‘눈썹달’에 실린 곡 중 하나인 ‘바람이 분다’는 순우리말인 ‘바람’을 주제로 한 서정적인 노래 가사가 이별에 대한 절절한 감정선을 표현하고 있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 등의 가사는 지나간 이별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아이유 - 밤편지

잠 못 들게 하는 아름다운 곡으로 칭해지는 아이유의 밤편지는 아이유 특유의 섬세하고 아련한 감성을 담은 곡이다. 곡의 가사인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에 보낼게요’에서 개똥벌레의 바른 우리말 이름을 일컫는 단어 ‘반딧불이’를 사용하여 절절한 마음을 눌러 담아 밤에 써 내린 편지를 노래로 듣는 듯한 시적인 표현이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정미조 - 개여울

개여울은 개울의 여울목을 일컫는 우리말로 김소월의 시 ‘개여울’로 유명해진 단어이기도 하다. 1972년 대형가수였던 정미조는 리메이크곡 ‘개여울’의 히트로 MBC 신인 여가수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화려한 등장을 알리기도 했다.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강물이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등의 서정적인 가사는 김소월 시인의 아름다운 시구를 연상케 한다.

여자친구 - 해야

걸그룹 여자친구의 두 번째 정규앨범 ‘Time for us’의 타이틀곡명인 ‘해야’는 외래어 없이 순 우리말 가사로만 구성된 노래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새파란 하늘인데 새빨간 마음인데 그렇게 보이지 않아’, ‘타는 심장이 버티지 못해 나를 전부 다 보낼게’ 등 좋아하는 사람을 향한 애틋한 심정을 시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조용필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가수 조용필이 부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전설의 작사가로 불리는 작사가 박주연 씨가 방송을 통해 가장 아끼는 곡으로 꼽은 곡이다. 박주연 작사가는 “조용필 선생님의 마음이 돼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가사를 썼었다”며 특별히 아끼는 곡이라는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세월을 딛고서 넌 무얼 느껴왔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등의 가사는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잔잔한 매력을 품고 있다.

여자친구 - 나빌레라

걸그룹 여자친구의 노래인 ‘나빌레라’는 조지훈 작가의 ‘승무’에 나온 문구를 인용하였으며, 나빌레라는 ‘나비’와 ‘-레라’라는 표현이 합해져 ‘나비 같다’라는 의미를 갖는 단어다. 곡의 특징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비처럼 날아가고 싶다’라는 아름다운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운 감성을 품고 있는 이 곡은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7대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산울림 - 너의 의미

가수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젊은 세대에게도 잘 알려진 록밴드 산울림의 주옥같은 명곡으로 꼽히는 ‘너의 의미’는 감성을 자극하는 우리말 가사와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곡이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등 짧은 가사지만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한 감성이 칠해져 있다.

양희은 - 가을아침

가수 양희은의 ‘가을아침’은 가수 아이유로 인해 2017년 재탄생하면서 젊은 층의 감성까지 사로잡는 데 성공한 곡이 됐다.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래 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렇듯 아쉽게 잠을 깬다’,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등 가볍게 읊조리는 듯한 시 한편을 연상케 하는 노래 가사는 푸르고 높은 가을 하늘의 매력을 담고 있다.

럼블피쉬 - 비와 당신

비가 오면 비를 주제로 한 곡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수 럼블피쉬의 ‘비와당신’은 2030 젊은 층이라면 비가 오는 날 꼭 한번쯤 듣게 되는 곡으로 꼽힌다. ‘아련해지는 빛 바랜 추억 그 얼마나 사무친 건지 미운 당신을 아직도 나는 그리워하네’, ‘다신 안 올 텐데 잊지 못한 내가 싫은데 언제까지 내 맘은 아플까’ 등 절절하면서도 잔잔한 매력의 가사는 빗소리와 어우러진 여운을 선사한다.

조권 - 새벽

‘새벽’은 혼자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시간대로, 쓸쓸함, 외로움 등 다소 무거운 감정이 반복되는 순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가수 조권의 디지털 싱글에 실린 곡 ‘새벽’은 새벽하늘을 보며 사랑했던 연인을 떠올리는 애절함과 쓸쓸함을 표현한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조권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보컬은 노래 가사와 어우러져 진한 여운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