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이하 직함 생략)은 후진타오의 뒤를 이은 중국의 제6대 최고지도자, 제7대 국가주석이자 제5대 중국 공산당 총서기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이야기되는 그는 작년, 국가주석의 임기 철폐 개헌으로 사실상의 종신 집권을 선언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재자’이기도 하다. 집권 초기만 하더라도 소극적인 정책과 모험을 하지 않는 성격으로 인해 지도력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시진핑은 현재, 중국의 1인 독재, 우상화 체제를 부활시키며 역대 중국 지도자들 중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인물이 되어 있다.

 

 

혁명가이자 좌천을 당한 시중쉰의 아들

 

1953년 6월 15일 베이징에서 태어난 시진핑은 국무원 부총리를 역임한 개혁주의자 ‘시중쉰’과 그의 아내 ‘치신’의 2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시중쉰은 중국 공산당 1세대 원로 가운데 젊은 축에 속하던 인물로, 13세부터 혁명에 투신한 인물이었다. 국공내전의 서북전장에서 공을 세운 시중쉰은 1949년 공산당이 정부를 수립할 때 서북 5개 성의 당, 정, 군을 모두 맡게 된다. 능력을 인정받은 시중쉰은 1950년대에 이르러 베이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중앙선전부에서 공직을 맡았으며, 시진핑도 이 무렵에 태어나게 된다. 시진핑의 이름인 ‘핑’은 당시 베이징의 명칭이었던 베이핑에서 따 온 것으로 전해진다.
​

혁명가 집안의 자제로 시진핑은 모자람 없는 유년기를 보냈다. 베이징 중심의 엘리트층이 다니던 교육시설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다른 혁명가 집안의 자제들과 어릴 때부터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그의 유복한 유년기는 문화대혁명으로 변화를 맞게 된다. 시중쉰이 검수를 맡은 소설이 반동분자로 찍힌 인물을 미화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부총리 직위에서 해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 집은 몰수됐고 다니던 학교는 고위 간부 자제 학교라는 이유로 해산됐으며, 시진핑의 이복누이였던 시허핑은 홍위병에게 두들겨 맞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기도 했다. 결국 농촌으로 좌천된 시중쉰을 따라, 시진핑 또한 베이징에서 추방돼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행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시중쉰이 반동분자로 내몰린 이유로 인해 시진핑은 공산당에 입당할 수가 없었다. 공산주의청년당에 가입하기 위해 8번의 시도를 거쳐야 했으며, 공산당 입당 신청은 10차례 퇴짜를 맞은 끝에 문화대혁명의 열기가 가라앉은 1973년에야 겨우 입당할 수 있었다. 입당 후 공농병 청강생으로 선발돼 칭화대 화학공정과에 입학한 시진핑에게 1978년, 다시 한 번 인생의 전환기가 찾아오게 된다. 마오쩌둥이 세상을 떠나고 지도층이 바뀌면서 좌천 이래 16년을 야인으로 보내던 부친 시중쉰이 다시금 베이징으로 돌아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을 맡게 된 것이다.

 

 

어려운 유년기를 지나 출세가도를 달리다

 

시중쉰은 정계 복귀 후 당 고위직을 맡아 일했으며, 대학을 졸업한 시진핑도 정치국원이자 국무원 부총리 겸 중앙군사위 비서장이었던 겅뱌오의 비서가 됐다. 이후 시진핑은 허베이성 정딩현 당위원회 부서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직책을 거치며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다. 1980년대 초 허베이성을 떠난 시진핑은 푸젠성 샤먼시 부시장, 닝더 서기, 푸저우시 서기, 푸젠성 부서기, 푸젠성장이 되기까지 약 17년간 푸젠성에서 관료 생활을 이어갔다.
​

중국 공산당의 파벌은 현재 크게 세 개의 세력으로 나눠진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당 파벌의 ‘퇀파이’, 제5대 주석인 장쩌민을 위시한 ‘상하이방’, 그리고 공산당 초창기 핵심 멤버들의 후손들을 중심으로 한 ‘태자당’의 세 개 세력이다. 시진핑은 세 개 파벌 중 태자당에 속해 있었으며, 일찌감치 태자당에서 지도자 후보로 주목되었던 인물이었다. 1997년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에서 151위로 중앙위 후보위원에 당선됐는데, 본래 150명만 뽑으려던 후보위원을 태자당의 시진핑을 당선시키기 위해 151명으로 늘린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2002년 10월 시진핑은 저장성으로 거처를 옮겨 부서기 겸 성장 대리로 부임했으며, 이후 정치국원으로 승진하면서 저장성 서기가 됐다. 당시에는 미래의 중국 지도자 후보로 4명의 인물이 거론되고 있었다. ‘보시라이’와 리커창, ‘리위안차오’, 그리고 시진핑의 4명으로, 흔히 이 4명을 당시에는 ‘4대천황’이라고도 일컬었다. 2007년 3월 시진핑은 상하이시 서거로 발령이 나면서 태자당뿐만 아니라 상하이방과도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그 결과 태자당과 상하이방 양쪽의 후원을 받는 거물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권력자들에게 있어 제3의 선택지였던 시진핑

 

4대천황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인물들은 보시라이와 리커창 두 명이었으며, 시진핑은 이들 둘에 비해 다소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 리커창은 베이징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학 박사 학위 논문으로 상까지 받았으며, 1994년부터 공청단 제1서기를 맡은 인물이었다. 시진핑과 비교하자면 더 화려한 경력과 뛰어난 학력을 가진 인물이었던 것이다. 보시라이 또한 베이징대 역사학 학사, 중국사회과학원 석사라는 뛰어난 학력, 그리고 1980년대부터 공산당을 이끈 원로인 ‘보이보’의 아들이라는 화려한 배경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

하지만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비교적 수수하며 자기주장이 약하다는 점이 오히려 시진핑을 주석의 자리에 올리는 데 한몫을 하게 된다. 후진타오와 장쩌민의 권력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결국 정치적 기반이 약한 제3의 인물을 주석의 자리에 올리는 타협안으로 귀결되는데, 이 타협의 결과물이 바로 ‘시진핑의 집권’이었다. 전임자 후진타오로부터 공산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국가주석직을 승계 받은 시진핑은 2013년부터 2018년 연임을 거쳐 2023년 3월 14일까지 중국과 공산당을 이끌 수 있는 절대적 권한을 얻게 된다.

 

 

조종하기 용이한 인물이라는 이유로 국가주석의 자리를 얻게 된 시진핑이었지만, 집권 후의 그는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게 된다. 정적을 제거하고 자기 사람을 심어서 정치 저변을 다지는 방법으로 ‘반부패’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로 인해 시진핑의 정적이었던 보시라이는 부패 혐의로 무기징역이 선고돼 수감됐으며, 후진타오의 비서실장 출신인 링지화도 비리 혐의로 중형에 처해졌다. 상하이방의 핵심 멤버들도 연달아 숙청됐는데, 시진핑 집권 이후 각종 부정부패로 처벌받은 공산당원은 15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리고 이들이 숙청되고 남은 빈자리는 시진핑의 측근들이 현재 차지하고 있다.

 

 

21세기의 마오쩌둥을 꿈꾸는 인물

 

광란의 숙청이 이어지면서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시자쥔(시진핑 측근들)에 대한 보복이 이어지게 될 것이 전망됐다. 본래대로라면 시진핑은 2023년 이후에는 국가주석 자리를 내려놓아야 하며, 이후 집권할 인물은 숙청의 서슬 아래에서 떨던 인물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로 시진핑이 장기집권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시진핑은 2017년 제19차 당대회에서 통상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 차기 지도자를 정하는 전통을 깨고, 아무도 내정하지 않는 파격적인 행보를 취했다.
​

시진핑이 중국의 부흥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확고한 리더십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이때부터였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이 제19차 당대회에서 당 헌장에 포함됐는데, 당 헌장에 이름이 명기된 중국 지도자는 시진핑 이전에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뿐이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활을 이야기하며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실현, 2050년 세계 최강국 건설이란 ‘중국몽’을 제시하던 시진핑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신의 장기집권을 본격적으로 화두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3월 11일, 마침내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의 헌법이 개정됐다.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규정이 폐지되고 시진핑 사상이 헌법이 추가된 것이다. 1인 독재에 대한 비판을 인식한 것인지 개헌 직후 시진핑은 “이 개헌은 개인의 공명을 위한 것이 아니며, 인민들의 평판과 역사의 앙금이 가신 뒤 진정한 평가가 내려질 것”이라며 개헌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의 1인 독재, 종신집권을 선언한 시진핑에 대한 중국의 우상화는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TV에서는 시진핑 퀴즈쇼가 방영되고 있으며, 시진핑 찬양가가 거리 곳곳에서 울리고 시진핑 사상을 담은 앱이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하며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진핑에 대한 비판이 중국 외부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점차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억제해 온 것이 폭발적인 중국 경제의 성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성장률 둔화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이 시진핑 정권의 강력한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은 과연 시진핑이 꿈꾸는 대로 ‘시진핑의 나라’로, 시진핑 스스로가 ‘중화민족의 영웅’으로 앞으로도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최덕수 press@daily.co.kr

• Category : 정치
• Tags : 중국국가주석,중국주석,시진핑,시진핑주석,중국국가주석시진핑,시진핑국가주석

|23990|23991|23992|23993|23994|23995|

닫기

간편로그인

소셜 로그인으로 간편하게 로그인 해주세요.

• 카카오
• 네이버
• 트위터
• 데일리

당신을 위한 맞춤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