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갖고 있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 다르다. 그런데 본인의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갖다 대면서 평가를 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는 아름다움의 평균 기준을 만들어왔다. 문제는 그 아름다움, 여성스러움이라는 것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받게 되는 편견,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과 달리 적용받는 잣대, 이런 코르셋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탈코르셋 운동이 시작됐고 우리나라도 이미 확산되고 있다. 남의 기준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사회 통념이 강요하는 여성스러움의 기준에 저항하고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 알아보자. 

 

 

[탈코르셋의 정의와 방향]

 

중세 시대부터 유럽의 여성들은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게 드레스 안에 코르셋을 입었다. 허리와 배를 너무 심하게 압박하다 보니 내장이 뒤틀리기도 하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 코르셋은 여성을 압박하는 상징으로 대변되고 있다. 탈코르셋이란 말 그대로 코르셋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기존의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하거나 규정하는 외적, 내적 등의 기준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것을 뜻한다. 결국 세상과 타인의 시선이 정한 미의 기준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스럽다’라는 사회적 정의를 거부하는 움직임, 그 사회적 운동이 바로 탈코르셋 운동인 셈이다. 그래서 여성 인권 운동에서 여성 인권 운동에서 탈코르셋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사회적으로 규정짓는 여성스럽다는 정의 때문에 원하지 않지만 남의 시선 때문에 억지로 꾸며야 하는 것을 이제는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본인의 만족을 위해서, 아름답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꾸미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탈코르셋은 무조건 꾸미지 말고 자연인처럼 살라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여성이기 때문에 꾸밈을 강요받는 것, 그 상황을 거부하는 용기를 갖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본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여성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완벽하게 해방할 수 있는지 말이다.

 

 

[탈코르셋이 만들어낸 변화]

 

속옷

사진 : 유튜브 < hajiwon kr >

 

국내 속옷 브랜드인 비비안은 자체 설문 조사를 통해 속옷을 고를 때 50%의 여성이 착용감을, 37%의 여성이 자유롭고 편한 활동감이라는 결과를 얻게 됐다. 볼륨감 있는 가슴라인 대신에 많은 여성들이 편안함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헬로 마이 핏’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몸매의 모델들을 등장시켰고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에게서 당당하게 아름다움을 찾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속옷 자체를 거부하는 노브라 패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설리 역시 평소 편안한 노브라 상태로 일상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있으며 켄들 제너도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당당한 스트리트 룩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불꽃 페미 액션이라는 여성 단체에서는 ‘우리의 몸은 가려야 할 음란물이 아니다’라며 남성과 여성의 노출에 대한 시각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생리

사진 : 유한킴벌리 화이트

 

예전에는 광고에서도 생리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들을 수 없었다. 그날, 마법에 걸린 날 등으로 애써 돌려 표현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해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아냄으로써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생리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여자라면 당연히 생리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생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다는 기회나 방법이 있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생리통을 진통제로 겨우겨우 버텨가면서 감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피임 장치를 통해 생리통과 배란통과 같은 신체 증상을 조절할 수 있으며 무월경 증상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생리를 할지 안 할지는 온전히 여성 본인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때 사회적 인식 때문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

 

 

헤어와 메이크업

사진 : 유튜브 <배리나Lina bae>

 

바쁜 아침 시간 머리를 만지고 메이크업을 하느라 기진맥진했던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었을 것이다. 내 민낯을 고스란히 남들에게 보이는 게 싫었기 때문에 외출을 하려면 메이크업은 당연한 듯했다. 하지만 탈코르셋 영향으로 메이크업이 필수라는 고정관념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유튜버 배리나는 원래 뷰티 콘텐츠를 다뤘으나 메이크업을 지우는 영상과 함께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 남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혹사하지 말고 미디어 속의 이미지와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라며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줬다. 

 

신발

 

하이힐은 여성스러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 중 하나다. 이 하이힐을 신기 위해 여성들은 발가락 모양이 변했고 척추와 허리 통증까지 감내했다. 물론 하이힐을 즐겨 신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하이힐 의무 착용을 없애는 곳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페미니즘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던 일본에서조차 하이힐을 거부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같은 서비스업 종에서 일하는데도 남성은 발이 편안한 낮은 신발을 신고 여성은 일정 굽 이상의 하이힐 착용을 의무화한 것에 대해 하이힐 착용 금지에 대한 의견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걸그룹들이 정형화된 청순함, 섹시함 등의 콘셉트와 하이힐을 과감하게 버리고 무대에서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편안한 슈즈로 대체하고 있는 분위기다.

 

패션

사진 : MBC 뉴스

 

패션에서는 탈코르셋 현상이 더욱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자기 몸 긍정주의’는 전 세계적으로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하면서도 개성 치는 패션을 선보이는 박나래는 날씬한 사람만 노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으며 이영자는 수영복 입은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둘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 몸 긍정주의’를 알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편안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패션계에서도 미의 기준이 변화기 시작해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런웨이에 대거 등장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외모 등에 의해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시사하고 있다. MBC 임현주 아나운서는 지상파 뉴스에서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남자 아나운서에게만 허용됐던 안경이었고 이런 금기를 깨면서 본질 외의 불필요한 것은 줄여나가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유니폼

 

유독 여성에게 엄격한 유니폼을 규정하고 꾸밈 노동을 강요하는 곳이 바로 항공사다. 하지만 이런 권위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일부 항공사들에게도 조금씩 탈코르셋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진에어는 여성 승무원들의 상의를 셔츠로 변경했고 기존 청바지 유니폼의 소재를 변경해 실용성을 높였다. 제주항공에서는 승무원들이 야간 비행 후 눈의 피로와 질병을 호소하는 경우가 증가해 객실 승무원의 안경 착용을 허용했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티웨이에서는 헤어스타일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니폼 종류만 6가지에 이른다.

 

광고&미디어

사진 : 유튜브 < Nike Korea >

 

사회적 편견에 맞서고 그에 관련한 이슈를 담은 캠페인을 펼쳐 오고 있는 나이키에서는 이번 화보에서 탈코르셋을 주제로 했다. 보통의 화보 속 여성 모델이라면 깔끔하게 제모를 했을 테지만 나이키 우먼은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지 않은 채 촬영을 했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통념으로는 남성의 겨드랑이 털은 남성성이 느껴지고 여자의 겨드랑이 털은 매너가 없다는 식으로 치부되어 왔다. 나이키는 이런 부분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화제가 됐다. 2014년 위스퍼에서 ‘소녀답게’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광고에서는 어린 소녀에게 소녀답게 달려보라고 한다. 그랬더니 소녀는 정말 열심히 달렸다. 인터뷰에서 ‘소녀처럼 달리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라고 물었더니 ‘최대한 빨리 달리라는 의미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녀는 여릴 것이라는 딱딱하게 정형화된 고정관념을 깼다는 광고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

 

책이나 영화, 노래, 웹툰, 드라마 등 문화 전반적으로도 탈코르셋을 찾아볼 수 있다. 걸그룹 CLC는 ‘No’라는 곡을 통해 획일화된 여성성 대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노래하고 웹툰 롱롱 데이즈에서는 식이장애를 극복한 경험담으로 외모에 집착하는 현실이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준다. 주먹왕 랄프 2에서 디즈니의 공주들이 바넬로피를 돕기 위해 드레스 대신 편한 복장을 입어보고 감탄하는 모습은 생소하지만 여전히 그들 자체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공인혜 press@daily.co.kr

• Category : 문화
• Tags : 탈코르셋운동,탈코르셋,칼코,페미니즘,페미니스트,탈코르셋현상,탈코르셋변화,코르셋,젠더이슈,우먼스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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