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잔다르크 될까? 삭발로 목소리 키운 이언주 국회의원

보수의 잔다르크 될까? 삭발로 목소리 키운 이언주 국회의원 ‘N세대’의 대표주자로 지면을 주름잡았다! 글 : 김형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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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삭발이 화제다. 정치인들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삭발을 하지 않은 보수진영 정치인에 대해 비판이 쏟아진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 투쟁이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릴레이 삭발의 첫 시작을 알린 정치인은 자유한국당 의원이 아닌, 현재는 무소속의 정치인이다. 바로, 전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의원이자 지금은 탈당해 무소속인 ‘이언주 의원(이하 직함 생략)’이다. 그녀는 민주당계 정당에 입당하며 정치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시작과는 달리 뚜렷하게 보수진영의 정치인으로서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는 특이한 인물이다.

주요 대기업 최연소 임원 출신

1972년 11월 8일 부산광역시 영도구에서 태어난 이언주는 남도여자중학교, 영도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학교 불문학을 전공했다. 그녀가 서울대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사업을 하던 부친은 외환위기의 정국에서 부도를 맞았으며 그녀의 가정은 졸지에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이로 인해 모친이 각종 부업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고, 그녀도 낮에는 학습지 교사를 하고 밤에는 호프집에서 일하는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2년 뒤인 1997년,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는 노력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국제거래, 투자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날렸다. 2000년에는 법무법인 충정의 변호사로 활동했고, 이후 거처를 법부법인 지평지성으로 옮겼다. 기업에 입사해 기업인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4년 르노삼성자동차의 법무팀장으로 입사하면서부터였으며, 2008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의 한국 합자회사 에스오일의 법무총괄 상무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를 통해 이언주는 주요 대기업 중 최연소 임원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다.

민주통합당으로 입문한 정치계

그녀가 정치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것은 2012년 2월이었다.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한명숙 대표 체제의 민주통합당은 지지기반 확대를 위한 인재영입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전문직 여성으로 이름이 높던 이언주가 선택된 것이다. 이언주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경기도 광명시 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시 같은 당이자 동 지역구 출신이었던 손학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언주의 카운터 파트너는 현직 국회의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의 전재희 후보였다. 그녀는 19대 총선에서 총 43,441표, 약 50.1%로 과반이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돼, 초선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다. 국회의원 당선 후 이언주는 제19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을 지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안철수와 함께하다

당과 보폭을 함께 하던 이언주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기존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경기도 광명시 을 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이언주는 재선 의원이 됐다. 선거 때부터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김종인계로 분류되던 그녀는 점차 당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김종인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및 더불어민주당 탈당이 감행되자 김종인을 옹호하고 친문계를 강력히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2017년 4월 5일, 그녀는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발표했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선언하면서 국민의당으로 입당하게 된다. 이언주의 국민의당 입당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비록 젊은 여성 정치인으로 민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긴 했지만, 당내 비주류 계파에 우파 성향의 행보를 이전부터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당 시절에도 그녀의 활동은 그리 눈에 띄질 못했다. 국민의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전당대회 결과는 후보자들 중 꼴찌인 3.9%의 득표에 그치고 말았다.

바른미래당에서도 끊이질 않는 잡음

원내수석부대표, 민생경제살리기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활동을 이어가던 이언주는 2017년 9월부터 중운천 의원 등과 함께 ‘국민통합포럼’을 출범시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대중들의 입에서 이언주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바른미래당이 출범한 이후부터는 노동 문제 등에 대해 강경한 보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언주는 민주당, 국민의당, 그리고 바른미래당으로 짧은 국회의원 활동 기간 동안 상당히 자주 당적을 옮겼다. 그리고 당적을 옮긴 이유 대부분이 당내에서 빚어진 갈등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주도적으로 통합을 이끈 바른미래당에서는 어땠을까. 유감스럽게도 바른미래당 시절에도 그녀와 당 지도부의 마찰은 끊이지 않았다. 이언주의 행보는 중도 우파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보다는,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보폭이 맞아 보였다.

당원권 정지의 중징계, 그리고 탈당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으로 자유한국당 비대위에서 개최한 강연에 참석해 친박계 의원에 가까운 의견을 개진하고,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나 방송 등에 자주 출연하며 이언주는 자신을 어필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는 점차 그녀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갔다. 바른미래당 지도부 손학규가 직접 이언주에게 “당 소속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녀 또한 지역구의 현수막에 정당명을 빼고 자신의 이름만 기재하는 등 바른미래당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며 지도부와의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친화적 행보를 이어가며 돌발 발언을 일삼는 그녀에게 결국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게 된다. 올해 4월 5일 이뤄진 징계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던 이언주는 동월 23일, 대략 3주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의 이유는 바른미래당의 ‘선거제 개편 및 공수처 설치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동참 결정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리고 이후 이언주는 2019년 9월 현재의 시점까지 친 자유한국당 행보를 이어가며 무소속 의원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보수 정치인으로서는 처음 겪을 선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조국 사태’에 가장 적극적으로 사퇴에 대한 의견을 내고 있는 정당은 자유한국당이다. 이언주는 자유한국당 소속이 아님에도 현재 이들과 구별하기 힘든 의견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으며, 오히려 자유한국당 의원들보다도 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지난 9월 10일에는 조국 장관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자유한국당 의원들보다도 먼저 삭발식을 감행했고, 오히려 이언주를 따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릴레이 삭발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2선 의원인 이언주는 지금까지 출마한 두 번의 선거를 모두 민주당의 타이틀을 달고 나와 당선됐다. 즉, 보수진영의 정치인으로는 국민들에게 선택된 적이 없는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그녀는 아마도 높은 확률로 자유한국당의 후보로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광명시 을이 아닌, 출생지인 부산광역시 영도구의 지역구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수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그녀는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과연 이언주는 다음 총선에서 자신의 우파 성향을 국민에게 인정받고, 3선 의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