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별점 얻으려면 '뒷돈' 필요? 미쉐린 가이드 논란 총정리

높은 별점 얻으려면 '뒷돈' 필요? 미쉐린 가이드 논란 총정리 미쉐린 가이드 논란 글 : 이윤서

카카오채널 등록완료 ?

내역 확인

사진: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최근 KBS에서 미식계 최고 권위의 '미쉐린 가이드'의 뒷돈 거래 보도를 시작으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만큼 공정한 심사와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레스토랑의 명성을 따내기 위해서는 뒷돈 거래가 있어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미쉐린 가이드란?

사진: 미쉐린가이드 공식 인스타그램 (@michelinguide)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미쉐린 타이어 회사에서 타이어 소비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제작된 무료 가이드북에서 시작됐다. 1904년 발간된 벨기에 가이드를 시작으로 프랑스 외의 유럽 국가에서도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되었으며, 1920년대 초반에는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가이드로 꼽혔다고 알려졌다. 이후 익명의 전문 평가원들을 고용하여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평가하게 했고, 1926년에는 '훌륭한 레스토랑'에게 별점을 부여하는 미쉐린 스타 시스템이 도입됐다.

1936년부터 별점 한 개의 평가 시스템이 별점 세 개로 세분화되었는데, 별이 한 개면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두 개면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 찾아갈 만한 레스토랑, 세 개면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맛을 보기 위하여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으로 나뉜다. 미쉐린 가이드는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편,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올해로 발간 4년 차를 맞이했다.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 에디션을 처음 발간하며 24개의 스타 레스토랑을 선정했다. 2018년 24개, 2019년에는 26개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선정한 바 있다. 올해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에는 1스타 22곳, 2스타 7곳, 3스타 2곳 등, 총 31곳의 레스토랑과 셰프의 이름이 호명됐다.

미쉐린 가이드 뒷돈 논란

사진: KBS뉴스

KBS 뉴스는 따르면, 미쉐린 별을 주겠다며 컨설팅 명목으로 사실상 뒷거래가 오간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식당 '윤가명가'의 윤경숙 전 대표가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측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3스타 제안을 받았고, 제안을 수용하자 연간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컨설팅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표는 미쉐린가이드 측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어네스트 싱어'라는 미국인이 미쉐린 가이드의 선정 대가로 매년 4만 달러(약 5천만 원) 정도의 비용과 1년에 최소 6번 방문하는 컨설턴트의 항공료와 호텔비까지 부담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사진: KBS뉴스

고민 끝에 계약을 파기한 윤 대표는 "미쉐린 가이드는 심사위원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레스토랑을 심사해 별을 준다고 하지만, 사전에 조사 시기 등을 조율하고 일정 등을 미리 알려주는 컨설팅이 횡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뒷거래 의혹에 대해, 미쉐린은 '어네스트 싱어'라는 인물과 미쉐린 가이드의 연관 관계도 부정했으며, 어떤 형태의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자신들의 평가 방식이 오랜 역사 동안 검증된 만큼 평가 과정을 공개하거나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일축했다.

현직 셰프, 미쉐린 검찰 고소

어윤권 셰프가 소속된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편 어윤권 셰프는 지난 15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을 발간하는 ‘미쉐린 트래블 파트너’를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이 올라간 식당 셰프가 처음으로 국내에서 법적 문제를 제기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이 처음 발간된 2017년부터 미쉐린 측에 지속적으로 식당 이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엔 심사 기준 공개 등을 요구하면서 이메일을 통해 등재를 거부했으나, 올해 더 낮은 등급으로 식당이 등재되자 미쉐린 측을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리스토란테 에오는 2017년과 2018년 서울편에서 연속으로 별 1개를 받았으나 2019년과 2020년엔 ‘플레이트’(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로 한 단계 강등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 셰프는 “미쉐린 가이드 선정 과정에 이권과 인맥이 개입돼 있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라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아울러 "개업 1년 미만의 식당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발표 전에 공공연히 소문이 도는 등의 행태를 목격했다"라고 밝혔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논란이 된 미쉐린

사진: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미쉐린 가이드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쉐린가이드는 평가기준을 프랑스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의 다양하고 복잡한 음식 문화를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영국 가디언은 “미쉐린가이드는 획일적인 (서양의) 맛 기준으로 아시아의 음식 문화를 평가하는 등 ‘문화 제국주의’의 도구가 되고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미쉐린은 “현지인 평가자를 1명 이상 포함해 공정성을 유지한다"라고 해명했다. 참고로 한국에서 미쉐린 가이드가 발행된 것은 세계에서 28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4번째다.

미쉐린에서 16년간 평가단으로 활동한 파스칼 레미는 그의 저서에서 “미쉐린의 평가 시스템이 엉성하기 그지없으며 평가단이 1년에 한 번도 안 가는 식당이 수두룩하다”라고 말했다. 미쉐린이 뿌리를 둔 프랑스에서는 스타 선정에 스트레스를 받은 미쉐린스타 셰프가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별을 빼달라'거나 '반납하겠다'라는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사진: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이미 국내에서도 2016년에 처음 발표된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17’에서 총 24곳의 식당 가운데 13곳이 한식당으로 드러나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정한 맛의 평가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한식재단의 후원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에 선정된 미슐랭 스타 식당과 빕 그루망 등급 레스토랑 72곳 가운데 30곳이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미슐랭 스타나 빕 그루망 등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식당을 뜻하는 ‘더 플레이트’까지 합치면 총 174곳 중 강남 3구의 식당이 83곳에 달한다. 아울러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2018 미쉐린가이드 서울’에는 단순 오탈자를 포함해 오류가 130개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