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진보의 저격수 자청한 진중권 전 교수

부패한 진보의 저격수 자청한 진중권 전 교수 진중권 전 교수 글 : 최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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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막바지에, 한 인물이 다시금 논란을 점화시키고 있다. 진보 측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꼽히던 ‘진중권 교수(이하 직함 생략)’가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한때 한배를 타고 활동했던 유시민 작가를 비롯해 진보 측 인물, 진영을 비판하며 예상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혹자는 그가 진보가 아닌 보수 진영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다소 이른 추측을 내놓고 있다. 지금부터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진중권의 일생을 돌아보고, 그의 금번 행보가 의미하는 바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비교적 얌전했던 유년기

진중권은 1963년 4월 27일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동에서 목사인 부친과 피아노 강사인 모친 슬하에서 2남 2녀 중 장남이자 셋째로 태어났다. 위의 두 명의 누나는 각각 음악과 미술을 전공했는데, 특히 두 살 터울의 누나인 진은숙 작곡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다. 그가 유년기일 때 집은 그다지 유복하진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부친이 진중권이 중학교 1학년 시절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해 타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진은숙 작곡가는 악보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아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등의 교향곡 악보를 베끼면서 공부를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래의 남동생은 현재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그는 자유로운 집안 환경에서 공부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범생 타입은 아니었던 것으로 회자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중권은 고등학교 시절 흡연으로 2번의, 그리고 이성관계로 싸워 1번의 정학을 맞은 적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적은 우수해, 20살이 되는 1982년에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 등이 그의 대학교 동기다.

비평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기까지

1986년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할 때까지 진중권은 눈에 띄는 활동을 펼치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도 그의 달필은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유명했다. 학사 학위를 딴 이후에도 그는 학교를 떠나지 않고 학업을 이어갔으며, 1992년 동 학교의 대학원에서 ‘소비에트연방의 유리 로뜨만의 구조기호론적 미학 연구’로 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독일 유학길에 올라,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철학과에서 미학, 해석학, 언어철학을 공부하면서 다수의 미학 관련 저서를 출판했으며, 1997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의 반려자는 독일 유학시절에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인인 미와 쿄코 씨와 1997년 혼인하였으며, 슬하에는 아들 1명을 두었다.

귀국한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비평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계기는 문예지에 게재된 그의 글이었다. 진중권은 문예지 ‘상상’의 청탁을 받고 글을 게재했는데, 이 글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글 사이에 실리게 된다. 이에 분노한 그는 출판사에 반론을 요청했으나 거절을 당했고, 대신 반론을 기고한 ‘문학동네’에도 조선일보를 비판한 문장에 삭제되어 출판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본격적으로 보수 진영에 대해 비판적인 색채의 글을 적극적으로 게재하며 활동을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디 워 논란’으로 주목받다

진중권은 한림예술대학교 초빙교수로 활동하며, 기존의 미학가로서와는 다른 행보를 내디뎠다. 1998년 11월에는 언론인 조갑제가 연재하던 박정희 전기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패러디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주로 박정희, 조갑제, 이인화, 이문열 등이 주장하는 내용이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독일의 극우파와 다를 것이 없다며, 이들의 주장을 비판하는 글이 담겨있다. 책을 출간한 이듬해에는 홍세화 작가, 김규항 작가, 김정란 시인과 함께 정치사회 비평지 ‘아웃사이더’의 편집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꾸준히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안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던 그가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였다. SBS 라디오 ‘진중권의 SBS 전망대’를 진행하며, 그리고 다수의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에 이르러서는 정치, 비평 영역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지는 계기가 찾아오게 된다. 바로 MBC 100분 토론에서 심형래 감독이 ‘디 워’를 비평하면서였다. 진중권은 훌륭한 특수효과, 미국 진출이라는 쾌거의 감격에 젖어있던 이들에게 이 영화가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문제가 많다는 점을 설파하면서, 디 워가 한국 영화의 희망이 아니라 ‘황우석 사태의 재래’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항상 논란의 상황에 한 마디를 더하는

진중권의 이름은 순식간에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졌다. 그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 당시의 팬들은 진중권의 블로그에 테러를 감행했고, 마침내는 그가 겸임교수로 일하던 중앙대학교의 홈페이지까지 마비시켰다. 당시만 하더라도 디 워를 비판한다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을 비방하는 것과 다름없게 여겨졌던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냉정을 찾으면서, 그리고 미국에서 디 워의 작품성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면서 진중권의 이미지는 반전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옳은 말’을 내뱉을 줄 아는 비평가라는 이미지가 구축된 것이다.

사실 그전에도 진중권의 비평은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호남 지역에서 몰표를 받은 것을 두고 ‘전라인민공화국’ 행태라고 비판하면서 진보 진영의 힐난을 받기도 하고, 보수 정치인들의 행태에는 매번 욕설에 가까운 비평을 남기면서 보수 진영에서도 자주 미움을 받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는 디 워 논란 이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최근 들어서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조국 사태로 다시 한번 논란에

진중권은 우리나라의 가장 유명한 진보주의자로,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정당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시에는 민주노동당에 입당했으나 2004년경 탈당했으며, 2008년 진보신당 창당 시에는 홍보대사로 활동하다 2010년 탈당했다. 이후 2013년 정의당에 입당했으며, 작년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에 찬성하는 당의 입장에 실망해 탈당계를 제출했으나 심상정 대표의 설득으로 이는 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정의당 탈당계 제출의 원인이 된 조국 전 장관의 사태에 대해서는, 그는 진보 진영의 일반적인 입장과는 달리 초창기부터 꾸준히 비판적인 의사를 견지해 오고 있다. 그는 작년 11월 14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정의당에서 애초 이야기한 것과 달리 조 전 장관의 임명에 찬성한다고 밝혀서 황당해 탈당했다”며, “원래 정의당이 조 전 장관 임명에 반대하고 자신이 등판해 사람들을 설득하기로 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자신이 일하는 동양대학교에서 발급된 조민 양에 대한 표창장이 ‘가짜’라는 믿음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변절’로 보기는 어려울 것

진중권은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지금 상황에서도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조국 전 장관을 넘어, 현재 문재인 대통령 주변의 친문세력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이 되었다며 비판의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작년 12월 20일에는 논란의 중심이 돼 있는 동양대학교의 교양학부 교수직을 사직하기도 했다. 새해에 들어서도 그는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범죄 혐의를 캐면 줄줄이 나오는 ‘고구마 캐기’에 비유하면서,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혹자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진중권이 보수 진영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이렇게 활발하게 조국 사태에 대한 비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올해의 총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는 섣부른 예측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었던 진중권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이 반감으로 바뀌면서 나오고 있는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중권은 항상 군중심리에 반대되는 쪽에 ‘배팅’하는, 꾸준히 파시즘을 경계해 온 논객이었다. 과연 그가 일각의 예측대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게 될지, 금번 총선에서는 비평가가 아닌 다른 역할을 자청하고 나설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