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번에 많이 마시기 VS 조금씩 자주 마시기, 뭐가 더 나쁠까?

술 한 번에 많이 마시기 VS 조금씩 자주 마시기, 뭐가 더 나쁠까? 술 조금씩 마시는 것도 몸에 안 좋을까? 글 :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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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즐기는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영화를 보는 행위는 물론 시끌벅적하게 여러 명과 어울려 술을 마시기보다는 집에서 영화 등을 틀어놓고 혼자 오붓하게 맥주 한 캔을 즐기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혼술'이 더 이상 외로움의 대명사가 아닌 나와의 오붓한 시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매일 퇴근하고 나서 밤마다 홀짝홀짝 술을 마시다 보니 슬슬 몸이 걱정된다. 과음하는 것이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조금씩 많이? 한 번에 많이?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무엇이 더 치명적일까?

사회적 통념으로 봤을 때 술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조금씩 마시더라도 자주 마시는 게 건강에 덜 해로울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어도 심방세동 환자들에게는 아주 적은 양일지라도 반복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이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안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파르르 떨리는 질환으로, 심박수가 빨라지며 달리기를 한 것처럼 가슴이 빨리 뛰고 숨이 차는 증상이 생긴다. 심하면 뇌졸중, 심부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음주량이 많을수록 심방세동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다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인데, 고대안암병원 연구팀이 우리나라 심방세동 환자 20만 명을 분석한 결과, 음주 횟수와 심장세동 위험도는 정비례 관계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은 주 2회 음주를 하는 사람보다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4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 번에 마시는 양과 심방세동 발생 위험률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봤을 때 일관된 통계적 관련성이 없었으나 일주일에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 것과 관련해서는 높은 관련성이 있게 나왔다고 밝혔다. 즉, 반복적으로 음주에 노출되면 심방세동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심방세동이 발병했다면 금주를 권하지만, 꼭 마셔야 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한국인 적정 음주량은 얼마?

세계보건기구(WHO)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일 3국의 연간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세계평균 6.4ℓ에 비해 한국인 남자 16.7ℓ · 여자 3.9ℓ, 중국인 남자 11.7ℓ · 여자 3.9ℓ, 일본인 남자 13.5ℓ · 여자 2.9ℓ로 나타났다. 알코올성 간 질환, 위염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2017년 4,809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약 13명이 술 때문에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적정 음주량은 얼마일까?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만든 '한국인 음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국인의 적정 음주량은 남성 기준 1주일에 소주 2병 정도라고 밝혔다. 아울러 여성과 술을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는 남성은 해당 위 기준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은 주 1회 소주잔 기준으로 한번 섭취 시 남자는 5잔, 여자는 2.5잔을 넘지 않는 것이 건강을 해치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저위험 음주량이라고 제시했다. 맥주는 맥주잔(250mL) 기준으로 남자는 4잔 이내, 여자는 2잔 이내를 권고했으며 와인은 와인잔 기준으로 남자는 3잔 이내, 여자는 1잔 이내를 제시했다.

외국보다 엄격한 기준, 왜?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는 주당 적정 음주량으로 65세 이하 성인 남성은 최대 14잔, 65세 이하 성인 여성과 만 66세 이상 남성은 최대 7잔을 각각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서구인보다 체형이 작을 뿐 아니라 알코올 대사과정과 관련 있는 '알데하이드 분해효소'(ALDH) 유전자의 비활성형이 많아 알코올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잘 분해되지 않고 남은 알코올 찌꺼기가 안면홍조를 유도하는 격이다. 음주 권고량을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적정 음주량이 절반 정도 적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효소를 더 적게 갖고 있고, 체내 수분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같은 양의 술을 마신다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높은 혈중알코올농도를 보인다.

더불어 폭음에 대한 기준도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 가이드라인를 보면 남성은 연거푸 5잔, 여성은 연구푸 4잔을 짧은 시간 내에 마시는 경우 폭음으로 봐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는 '최근 1년 동안 월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는 7잔 이상, 여자는 5잔 이상 음주한 경우'로 정의되는 '월간 폭음'과 '1회 평균 음주량이 남자는 7잔 이상, 여자는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고위험 음주'를 위험 음주로 규정하고 있다.

올바른 술자리 대처방안

앞서 말했듯 알코올 분해에는 많은 수분이 필요로 한다. 따라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주는 것이 숙취 해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숙취가 있는 다음날에는 콩나물이나 북어, 조개 등으로 만든 맑고 담백한 국이 좋다. 얼큰한 국물은 술과 함께 위에 부담을 더 해 줄 수 있으니 되도록 피하도록 한다. 특히 사우나는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뜨거운 탕이나 사우나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 포함된 음료보다는 물이나 이온 음료가 좋으며, 해장술은 숙취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것 같은 착각일 뿐, 간에 부담만 더 하는 지름길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첫 잔을 한 번에 다 마시기보다는 되도록 여러 번 나누어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셔야 알코올의 흡수가 늦어지므로 빈속에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안주를 충분히 먹어야 덜 취할 수 있다. 소주를 마실 때는 기름진 음식보다는 배, 오이 등의 과일과 채소류를 먹는 것이 좋고, 맥주를 마실 때는 치킨보다 육포나 생선포, 비타민이 가득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안주로 적당하다. 이어 사탕이나 귤 등을 미리 먹어두는 것이 폭음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