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원 먹으면 정말 안 떨릴까?

우황청심원 먹으면 정말 안 떨릴까? 긴장될 때 찾는 우황청심원! 글 :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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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성인이 되기 전 가장 떨린 경험은 아마 수능날이 아니었을까? 어느덧 커서 회사 면접을 보게 되었을 때도 비슷한 떨림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다리는 덜덜 떨리고, 목은 잠기고, 머리는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뭐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고 면접장을 나왔을지도. 이처럼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 주변에서는 우황청심원을 먹으면 마음이 안정되면서 덜 긴장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며 추천하곤 한다.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약국에 들러 사두긴 했는데 우황청심원, 심리적 요인이 아닌 정말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걸까?

우황청심원, 언제부터 먹었을까?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청심원의 역사는 중국 송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107년 중국 송나라의 의서 '증주태평혜민화제국방'에 처음 소개됐다고 알려진 청심원은 명나라 의서 '고금의감'에도 수록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613년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 한약재 30여 개를 이용한 우황청심원의 제조법이 기록돼 있는데, 조선에서는 우황청심원을 우황청심환, 청심환, 청심원 등의 명칭으로 혼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원조라고는 하지만, 조선의 동의보감 청심원이 가장 인정받았으며 주로 왕실에서 사용된 귀한 약이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는 요동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길에 일행보다 뒤처진 박지원을 속여 청심원을 얻어낸 중국인 노파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 유명세가 상당했다. 1832년 서장관으로 베이징에 갔던 김경선은 ‘연원직지’에서 중국 황제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청심원 다섯 알을 뇌물로 주고 황제가 관료들을 접견하던 자금성의 태화전으로 들어가 구경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처럼 청나라는 조선의 청심환을 가장 최고로 여겼으며, 청나라로 향하는 많은 사신들은 개인적으로 100여 개의 청심원을 가져가 훌륭한 통행료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우황청심'원'과 우황청심'환'의 차이

우리는 보통 우황청심환, 혹은 우황청심원이라고 혼용하여 부르는데 이들의 차이가 있는 걸까? 보통 우황청심환은 중국에서 사용하는 명칭을 의미하고,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으뜸 원(元)자를 써서 '우황청심원'이라고 명기돼 있는 것을 바탕으로 '청심원'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청심환과 청심원은 우황을 중심으로 다른 약재들을 배합했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용도로 쓰인다는 견해도 있다.

우황청심환은 긴장, 어지러움, 두통 완화에 주로 쓰이는 반면, 우황청심원은 중풍, 고혈압을 비롯해 신경쇠약, 불안증 등 긴장 완화에 주로 사용된다. 아울러 우황청심환은 우황 외에 5~10종 정도 들어가고, 우황청심원은 우황, 산약, 인삼, 당귀, 감초 등 30여 개의 약재가 들어가기에 우황청심원을 구성하는 약재가 훨씬 더 많다. 아무래도 약재가 더 많이 들어가는 우황청심원이 우황청심환에 비해 약효가 더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황청심원의 '우황'이란?

우황청심원에 들어가는 주 약재는 이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우황'이다. 우황은 소의 담낭에 염증이 발생됐을 때 생기는 돌덩어리, 즉 '결석'을 모아 건조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심장의 열을 내리고 경련을 진정시키며, 혈압이 내려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도 중풍 환자나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환자, 목구멍에 담(가래)이 끓거나 입이 비뚤어지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 뇌 질환, 심장발작 등 환자에게 처방토록 기술돼 있다.

멸종위기동물 사향노루에서 채취한 분비물도 있다고?

사진: KBS 한국방송

우황청심원의 성분을 살펴보면 '사향'이나 '영묘향' 또는 'L-무스콘'이 포함된다. 약재의 가격을 좌우한다는 이 성분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사향은 사향노루의 향선낭(수컷의 고환을 감싸고 있는 주머니)에서 나오는 분비물에서 추출한 것을 의미한다. 독특하고 강한 향이 나는 사향은 강심, 흥분 등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라고 알려졌으며 막힌 기를 뚫어주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멸종 위기 동물인 사향노루의 사향을 채취할 때는 사육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수입이 제한적이고 수급도 불안정하며 가격도 비싼 편이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물질로 사향고양이의 항문에서 채취하는 '영묘향'을 쓰는 경우가 많다. 영묘향을 채취할 때는 사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공사향인 'L-무스콘'을 쓰기도 한다. 효과에 대한 비교를 살펴보면 큰 차이는 없으나 굳이 따지자면 사향 성분이 들어간 우황청심원은 맥박증가, 놀람 등 긴급사항에 복용하는 것이 좋고, 영묘향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가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는 결과가 있다.

원방과 변방의 차이는?

우황청심원의 이름에 '원방'이 적혀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적혀있지 않은 것도 있다. 원방은 원조 혹은 최초를 뜻하는데, 허준의 동의보감을 따라 만든 것을 '원방'이라고 표기한다. 변방은 후대로 오면서 특정 성분을 대체하거나 생략 또는 첨가량을 수정해서 만든 제품을 뜻한다. 원방이 변방보다 우황 용량이 3배 정도 많고 사향의 경우에는 원방이 약 7배 정도 더 많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큰 차이는 아니지만, 마비 등 몇몇 증상에는 원방이 비교적 빠르게 개선된다. 사향과 우황 함량은 변방보다 원방이 훨씬 많은 편이나 다른 한약재의 성분은 원방보다 변방이 많은 편이다. 효능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가성비'가 괜찮은 것은 변방이라고 볼 수 있다.

우황청심원 먹으면 정말 긴장 풀릴까?

우황청심원은 뇌졸중, 고혈압, 두근거림, 정신불안, 급만성경풍, 자율신경실조증, 인사불성, 불안함에 효능을 보인다. 보통 놀라거나 충격받았을 때 효과적으로 중추신경 안정제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데, 허혈성뇌질환 응급성 치료에 유효하다. 2010년 발표된 ‘우황청심원 관련 최근 연구 동향 : 국내 논문에 대한 고찰(대한한방내과학회지 제31권 제4호)’ 학술논문에서도 청심환이 뇌 허혈과 뇌출혈에 있어서 신경세포 보호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물론 뇌졸중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응급 치료 시 우황청심원을 활용할 수 있다.

우황청심환은 실제로 진정 및 안정 작용을 하기 때문에 긴장할 때 효과를 보이는 것이 맞다. 그러나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생각보다 우황청심원이 긴장 완화에 도움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히려 특별한 긴장이나 항진이 없는 상태에서 복용하게 되면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무에게나 다 맞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나 체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미리 몸의 반응을 살피거나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

우황청심원 올바르게 복용하는 법

우황청심원 복용 시 개인차가 있으나 보통 인체에 흡수되는 데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처음 먹어본다면 진정효과가 지나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우황청심원을 먹어본 다음 졸음이 오는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사전 점검을 하는 것이 좋다. 면접이나 실기시험처럼 졸 수 없는 시험이라면 큰 문제는 없지만, 1~2시간 정도 소요되는 필기시험이라면 절반 정도만 먹는 것을 추천한다. 효과가 나타나는 기대 시간은 복용 후 30분부터 4시간까지이며, 2시간째 최고가 되고 그 이후로 효과는 감소한다.

우황청심원은 보통 환제와 액제가 있다. 환제는 씹어서 먹어야 해서 이에 끼거나 특유의 한약 냄새가 더 많이 난다는 불편한 점이 있지만, 유효성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얇게 입혀놓은 금박 덕분에 지속성 측면에서는 좀 더 뛰어난 편이다. 액제는 흡수가 빠르고 복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어, 긴장완화와 안정목적으로는 보통 액제를 사용한다. 흡수가 좀 더 빠른 액제를 시험 당일에 먹는다면 30분~1시간 전에 복용하는 게 좋고, 환제는 1시간 전에 먹는 걸 추천한다. 단,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기도로 넘어가서 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액제든 환제든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우황청심원 복용 시 주의사항은?

단순히 피로하거나 놀람, 긴장할 일이 있으면 우황청심원을 임의적으로 복용하는 일이 잦은데, 빈번하게 복용하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우황청심원에는 감초를 많이 사용하는데, 감초를 너무 많이 복용하게 되면 저칼륨혈증이 발생해 근육마비나 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또한, 혈압을 높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고혈압이 있거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면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체질상 몸이 차거나, 혈압이 낮거나, 소화기가 약하다면 우황청심원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아울러 체질에 따라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오고 소화불량이 동반될 수 있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긴장감이 커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