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0원에 성욕 해결하는 것이 목적? 블랙수면방의 진실

13,000원에 성욕 해결하는 것이 목적? 블랙수면방의 진실 또다시 집단 감염, 원인은 누구? 글 : 김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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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카오 맵

'코로나 사태'가 3개월째에 접어들면서 확진자의 수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지난 3월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월 22일부터 시작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국민과 방역당국이 함께 만들어낸 구체적인 성과로 꼽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다소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종료되었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법. 때문에 5월 6일부터는 일상생활과 사회경제활동을 보장하되, 국민 개개인과 우리 사회 모두가 스스로 방역을 책임진다는 의미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또다시 우리 사회에 집단감염으로 인한 위험 신호가 켜졌다. 어떻게 된 일일까?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집단 감염,
확진자 경로 살펴보니···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무려 6일에 걸쳐 긴 휴일을 즐길 수 있었던 '황금연휴' 기간, 날씨마저 완벽했던 휴일에 놀고 싶은 마음이야 백번 이해하지만, 그야말로 '이 시국에' 퍼스널 스페이스가 전혀 지켜질 수 없는 밀폐된 공간인 클럽에 방문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놀랍게도 새롭게 시작된 집단감염은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에서 시작되었다. 심지어 방역당국에 따르면 해당 클럽에 방문한 사람의 수는 황금연휴 기간 동안 무려 7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사진: KBS 뉴스

7000명, 입이 떡 벌어지는 큰 숫자만큼이나 놀라운 속도로 집단 감염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2일 첫 발병이 시작된 이래 5월 10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해당 클럽에 방문한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새로운 확진자의 수는 무려 54명을 돌파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당 클럽의 특성상(!) 방문객을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집단 감염을 발생시킨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은 모두 세 곳으로, 전부 이태원에 위치한 '게이 클럽'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남성 동성애자들이 유흥을 즐기는 곳으로 알려진 게이 클럽은 평범한 클럽과 다를 바 없이 술과 춤을 즐길 수 있는 유흥 공간으로 기능한다. 입장 역시 업소마다 차이점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입장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클럽에 방문하여 다시금 집단 감염을 발생시킨 66번 확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장문의 글이 활발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일명 '블랙 수면방'이라고 불리는 한층 더 음지의 공간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는 정보가 퍼져나가고 있어 시민들이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과연 무슨 일일까?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블랙수면방, 그게 뭔데?

사진: 네이버 지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정보에 따르면, '블랙수면방'은 '수면방'의 기능을 하는 장소라기보다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무분별하게 일회성 성관계를 맺기 위해 방문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블랙수면방'은 일명 '찜방'이라는 은어로 널리 불리고 있는 장소 중 하나로, 내부에는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어두운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에는 강남, 신촌, 이태원, 종로 일대에 몇 군데의 '찜방'이 영업 중이며, 부산, 전주 등의 지방 각지에도 암암리에 영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실 '찜방'이라는 음지 문화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0년 전 <조선일보> 지면에는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소개하는 한 남성이 "동성애자들이 말해주지 않는 동성애에 대한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찜방'문화를 고발한 적이 있다. 해당 텍스트 중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성병 실태'라는 부제목 아래로 이어진 '찜방'에 대한 고발이었다. 작성자는 '찜방'에서 무분별하고 비위생적인 성관계가 수도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결코 적지 않다고 밝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하여 '찜방'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글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공중파 채널에서 제작되기도 했다.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찜방' 문화. 활발하게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찜방'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우선 '찜방'은 13,000원 정도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하며,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하나, 성욕 해소가 전부라고 한다. 내부에는 빛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서로의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며, 업장 내 공간은 휴게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각 휴게공간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내부 공간 중 유일하게 가장 밝은 공간은 복도 한쪽에 마련된 휴게실인데, TV와 음료 자판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콘돔과 젤을 비롯한 성관계 용품이 마련되어 있으나, '찜방'과 관련된 글을 작성한 사람들은 해당 물품들이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찜방'은 일종의 유흥업소로 기능하는 만큼 업소별로 나름의 입장 기준까지 세워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의 모처에서 운영되고 있는 '찜방'에서는 '뚱뚱하신 분', '45세 이상' 등 체형과 나이 등 외적인 부분으로 입장 여부를 결정짓는가 하면, 이용객들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폭력적'이거나 '공포감을 주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퇴실 조치를 한다는 규칙을 정해 두기도 했다.

블랙수면방,
코로나 사태에도 규제 불가?

사진: MBC 뉴스

이태원을 방문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지역 감염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최근, 정부에서는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발 빠른 대처를 시작했다. 지난 5월 11일을 기점으로 서울, 대구, 인천, 대전, 울산, 세종, 경기, 충북, 충남, 경남 등 10개 시도에서 유흥시설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의 '찜방'들은 보란 듯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일반적으로 '찜방'은 유흥업소가 아닌 '자유업', 혹은 '사우나'등으로 영업 신고가 이루어져 있다. 유흥시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 자유롭게 영업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찜방을 운영하고 있는 모 관계자는 "사우나로 업소를 등록해 단속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장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이 부당함을 제기한 바 있으나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해당 민원을)검토해 보았지만, 단속 대상으로 특정이 어려워 현재로서는 제재를 가하기가 어려운 사항"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쟁점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밀접한 접촉을 행하는 곳인 만큼 공공연한 '방역 사각지대'로 꼽히고 있는 찜방, 그동안 '음지 문화'라는 명목 아래 좀처럼 큰 이슈로 불거지지 않았으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감염병뿐만 아니라 각종 성병이 퍼져나가는 공간으로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찜방' 존립에 대한 찬반양론을 펼쳐나가고 있는 가운데, 어떤 쟁점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사진: 청와대 온라인 홈페이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찜방'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이 퍼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찜방을 폐지를 요청하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등장했다. 해당 청원을 작성한 사람은 자신을 남성 동성애자라고 소개하며 '찜방'은 "소수의 이상 성욕자들과 그들을 이용해 본인의 지갑을 불리려는 업주"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수많은 비난이 있다"라는 것을 강조했으며, "비위생적인 환경과 일회용품의 재활용"역시 문제로 꼽고 나섰다. 해당 국민청원은 현재 4천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찜방'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찜방'은 자유업, 혹은 사우나 등으로 영업 신고가 되어 있어 유흥업소로의 규제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며 단속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문란한 성행위에 대한 규제'를 어떤 명분으로 할 수 있느냐에 관한 문제가 남는다.

그러나 여러 차례 수면 위로 떠오른 '찜방'은 각종 감염병의 사각지대임과 동시에 그 운영이 암암리에 행해져왔던 것만큼 너무 쉽게 성폭력을 비롯한 성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 '아웃팅'이라는 위험부담 때문에 내부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들이 공론화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라도 반드시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