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새?

알고보면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새? 까마귀가 불길한 징조? 어째서 이런 존재가 되었을까 글 : 김태연

카카오채널 등록완료 ?

내역 확인

까치가 울면 상서로운 징조이면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란 희망을 품게 되는 것과 반대로 까마귀가 울면 불길한 징조라고 여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까마귀가 울면 먼 곳으로 쫓아 보내거나 불길한 날짐승 취급을 하며 외면해오고 있다. 이처럼 까마귀는 우리 역사 위에서 항상 불길한 징조를 안고 있는 동물, 흉측한 짐승으로 불려왔지만 사실 까마귀는 새 중에서도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고 동물계에서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조류에 속한다. 인간은 ‘까악 까악’ 우는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 까마귀를 외면해 왔지만 새 중에서도 높은 지능을 겸비하고 있는 까마귀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억울한 일일 것이다. 아래에서는 까마귀의 종과 함께 까마귀의 지능, 까마귀를 둘러싼 징조 등 까마귀를 둘러싼 신비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까마귀의 특징은?

까마귀는 도시와 농촌에서 볼 수 있고 몸길이 50cm 정도의 새로서 온 몸이 자청색을 띤 흑색이다. 암컷은 수컷의 모양과 같으나 조금 작다. 야산, 농촌이 전형적인 생활터전이고, 나무 위에 주로 둥우리를 튼다. 산란기는 3~6월, 산란수는 3~5개, 포란일수 19~20일, 육추기간은 30~35일이다. 밭이나 마을 부근에서 곡식의 낟알이나 곤충류, 거미류, 작은 동물과 동물 사체 등을 먹고 식물성 먹이도 많이 먹는 편이다.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까마귀의 종류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까마귀의 종은 까마귀와 큰부리까마귀가 텃새로 서식하며, 갈까마귀, 떼까마귀가 철새로 찾아오고 있다. 큰까마귀, 집까마귀는 미조로 찾아온 기록이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까치에 밀려 도시에서 보기 힘들고, 산골에 있는 군부대 근처에서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서울, 수도권 근처에서도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국립묘지 근처의 반포동, 방배동, 2010년 무렵부터는 산 지역을 낀 갈현동, 장위동에서도 몇 마리가 보이고 있다. 2014년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는 큰부리까마귀가 널렸으며 2017년부터는 수도권에서도 까마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까마귀와 관련한 불길한 인식은?

우리나라에서는 전염병이 돌 때 까마귀가 울면 병이 널리 퍼진다고 했으며, 길을 떠날 때 까마귀가 울면 재수가 없다고 여겼다. 이러한 관념에서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속담으로 까마귀와 관련한 속담이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속담으로는 ‘돌림병에 까마귀 울음’, ‘식전마수에 까마귀 우는 소리’ 등이 생겼다. 또한, 귀에 매우 거슬리는 말을 할 때 ‘염병에 까마귀 소리를 듣지’라고도 한다. 이러한 예들은 고대부터 까마귀에 대한 인식이 불길한 새로 받아들여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속에서는 까마귀가
예언을 하는 동물로 믿었다?

민속에서는 까마귀가 예언을 한다고 믿었다. ‘삼국유사’의 ‘사금감조’에 이르기를, 488년(신라 소지왕 10)에 까마귀가 왕을 인도해서 궁주와 내전에서 향을 사르는 중이 간통하고 있는 것을 찾아내 처단한 기록이 전해진다. 이로부터 ‘까마귀날’과 ‘까마귀밥’이라는 관습이 생겼고, 정월 대보름 행사는 까마귀가 궁중의 변괴를 예고한 데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아랍에서는 한 해의 운세를 보는 데 까마귀를 사용한 예도 있는데, 아랍인은 까마귀를 예언의 아버지라 부르며 오른쪽으로 나는 것을 길조, 왼쪽으로 나는 것을 흉조로 믿었다.

서양에서의 까마귀 인식은?

종교학대사전(1998)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서양에서의 까마귀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편이다. 서양에서는 기분 나쁜 울음소리나 검은 모습에서 까마귀를 불길한 새라고 하며, 죽음과 관계 짓는 속신이 많은 편이다. 집 주위에 까마귀가 나는 것을 보고 ‘죽음의 전조’라고 여기기도 하며, 까마귀의 무리가 소란스럽게 하늘을 나는 것은 전쟁을 예언한다고 한다. 또한, 민화에서는 악마, 마녀, 저주받은 사람, 특히 머리를 다쳐 죽은 사람의 혼이 까마귀의 모습을 한다고 믿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구 신화의 주신 오디에게 봉사하는 2마리의 까마귀와 같이 신의 심부름꾼인 영조라는 신앙도 오래되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까마귀의 비행 방법, 울음소리에 몇 가지 의미를 두기도 했고 북구에서는 전사가 까마귀를 만나는 것은 연기가 좋다고 하기도 했다.

까마귀 집단은 리더가 없다?

까마귀의 집단은 리더가 없는 단순한 집합체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까마귀의 습성을 빗대어 ‘오합지졸’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비번식기에는 가족 단위의 큰 무리를 이루기도 하고, 반경 20~30km 범위 내에서 잠자리로 모여들기도 한다. 까마귀는 번식이 끝나면 제각기 무리를 지어 휴식처와 텃세권을 정하여 아침저녁으로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까마귀의 지능은?

까마귀는 머리가 좋고, 지능도 높아서 새 중에서도 가장 영리한 조류에 속한다. 훈련이 잘 된 까마귀는 6살 아이의 지능과 맞먹거나 상회하는 수준으로 알려진다. 부피의 개념,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기도 하며, 자기 자신을 알아보고, 여가 시간, 문화, 고유의 언어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즉흥적인 문제 해결력과 도구 제작 능력은 침팬지를 능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간과 함께 갈고리를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영리한 까마귀의 기록은?

2002년에는 ‘배티’라는 이름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가 병 속 먹이를 꺼내기 위해 철사를 구부려 사용한 기록이 있다. ‘스크럽 제이’라는 까마귀는 먹이로 땅콩, 벌레를 주었을 때 이를 은닉하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면 벌레가 썩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부패한 벌레는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땅콩만 찾아 먹었다. 이는 까마귀가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처럼 까마귀는 시간의 개념, 밀도, 부피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에 속하고 있다

까마귀는 다른 동물들과
상부상조를 하는 동물이다?

까마귀는 다른 동물과 상부상조를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사냥감이나 시체가 있는 쪽으로 다른 동물을 안내하고서 사냥이 끝난 다음에 남은 것을 주워 먹기도 한다. 까마귀의 부리로는 동물의 가죽을 찢기가 힘들기 때문에 높은 지능을 이용해 맹수, 맹금류를 유인하는 것으로, 먹이의 크기가 크면 맹수, 까마귀 모두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이외에도 까마귀는 종에 따라 동물의 몸에 있는 진드기를 잡아 주거나 보초를 서 주기도 한다.

세계 각지에서 까마귀가
식용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세계 각지에서 까마귀를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온다. 대표적으로 라투아니아에서는 옛날에 까마귀를 별미로 즐겨먹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동양권 사람들의 입맛에는 까마귀 고기가 잘 맞지 않았는지 까마귀 고기에 관한 기록을 살펴볼 경우 ‘시고, 떫고, 노린내가 역하다’라는 표현이 전해진다. 이처럼 까마귀는 한때 식용으로 이용된 적이 있지만 함부로 사냥해도 되는 동물은 아니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몇몇 까마귀 종이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