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추락하면 어쩌지?', 걱정 많은 사람 OO 증후군?

'엘리베이터 추락하면 어쩌지?', 걱정 많은 사람 OO 증후군? 증후군 유형 10 글 : 최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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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후군’은 증상과 징후를 총칭하는 말로, 풀어서 쓰면 ‘함께 나타나는 징후들’이라는 의미가 된다. 주로 영어 어휘인 ‘신드롬’으로 불리는 증후군은 의학 외 분야에서는 공통된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일부는 의학적인 의미가 아니라 신조어나 유행어로도 사용되는데, 그 증상은 누구나 한 번은 겪어봤을 만한 것을 담고 있다. 지금부터는 증후군 중에서도 가장 자주 쓰이는 것들을 모아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파랑새 신드롬

‘파랑새 신드롬’은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발맞추지 못하고, 현재의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미래의 막연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증상을 이야기한다. 벨기에의 극작가인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의 주인공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기나긴 꿈속 여행을 끝내고 잠에서 깨어난 남매가, 꿈에서 찾아다닌 파랑새가 자신들의 새장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늘 가까운 곳에 있음을 상징하는 동화극이다.

리플리 신드롬

‘리플리 신드롬’은 미국의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범죄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서 딴 증후군이다. 반항아적 기질의 주인공 톰 리플리가 친구인 디키 그린리프를 죽인 뒤,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그의 인생을 가로채는 이야기를 그렸다. 거짓이 탄로날까 봐 항상 불안해하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달리, 마치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한 거짓말을 완전한 진실로 믿는 증상이다.

오셀로 신드롬

‘오셀로 신드롬’ 또한 과거의 작품에서 딴 증후군 이름으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셀로는 흑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베니스의 장군이 된 인물인데, 질투에 눈이 멀어 갖은 망상에 시달리다 결국 자신의 아내를 죽이는 결말을 맞이한다. 오셀로 신드롬은 다른 말로 의처증 혹은 의부증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배우자가 성적으로 부정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스탕달 신드롬

‘스탕달 신드롬’은 뛰어난 예술작품을 접하고, 순간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지거나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시조인 작가, 스탕달의 이름에서 유래한 증후군이다. 평소 미술작품을 즐겨 감상하던 그는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하던 중 한 미술작품을 보고 순간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져 호흡 곤란까지 겪었다. 이 증상은 이후 한 달 동안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앨리스 신드롬

‘앨리스 신드롬’은 자신의 몸이나 물체 등의 크기가 왜곡돼 보이는 증상을 이야기한다. 동화 속에서 일어날 법한 환각적인 꿈을 꾸거나 공중부양을 하는 듯한 경험을 하고, 심한 경우에는 공간과 시간이 왜곡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딴 말로, 앨리스 증후군은 아동기에 주로 나타나며 청소년기에 극복되는 경우가 많다. 앨리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심한 편두통을 앓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바드 신드롬

‘쿠바드 신드롬’은 아내가 임신한 경우 남편이 이상 증상을 겪게 되는 증상을 이야기한다. ‘쿠바드’라는 말은 ‘알을 낳다’는 뜻의 프랑스에서 유래했다. 환상 임신 혹은 동정 임신이라고도 부른다. 쿠바드 신드롬이라는 용어는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트리도우먼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쿠바드 신드롬은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한 사회보다는 모계 사회나 처가살이가 보편적인 사회에서 더 흔하게 발견된다.

블랭킷 신드롬

‘블랭킷 신드롬’은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라이너스의 행동을 지칭해 ‘라이너스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증상이다. ‘블랭킷’은 담요를 뜻하는 말이다. 담요처럼 소중한 무언가가 옆에 없으면 마음이 불안정해지고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일종의 의존증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많이 겪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아이템을 ‘애착’이라는 단어를 붙여 많이 부르고 있다. 라이너스는 항상 엄지손가락을 물고, 담요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캐릭터다.

스마일 마스크 신드롬

‘스마일 마스크 신드롬’은 특히 최근의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견되는 증후군이다.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슬픔과 분노 등의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이것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야기하는 것이다. 일본 쇼인여대의 나쓰메 마코토 교수가 처음 사용한 심리학 용어다. 현대 사회에서는 감정노동자, 혹은 극심한 경쟁을 겪는 직장인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이다.

램프 신드롬

‘램프 신드롬’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을 수시로 상기하면서 걱정하는 증상이다. 생산성이 없는 걱정을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과잉근심’이라 부르기도 한다. 뚜렷한 실체가 없는 걱정만 계속 하는 ‘범불안장애’로 불리기도 한다. 램프 신드롬이라는 이름은 마치 알라딘이 요술 램프의 요정 지니를 불러내듯 수시로 가능성 없는 걱정을 꺼내어 걱정하는 모습을 빗대 붙은 명칭이다.

서번트 신드롬

‘서번트 신드롬’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널리 알려진 증후군이다.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암산, 기억, 퍼즐 등의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말한다. 좌뇌의 손상으로 인해 우뇌의 기능이 탁월해져 서번트 증후군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말을 처음 만들어낸 영국의 의학박사 다운은 이들을 ‘백지천재’라 칭한 바 있다.